유엔이 일본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와 가해자 처벌을 재차 촉구한 그 시각,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전범국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를 해 논란이 예상된다.
6일(현지시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CCPR)는 심의 보고서를 통해 “전범국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지적하면서 3가지 권고 사항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
권고 사항은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처벌할 것 ▲위안부 피해자 및 가족에 충분한 배상을 할 것 ▲교과서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교육하고, 피해자를 폄훼하거나 사건을 부정하는 모든 시도를 규제할 것 등이다.
이날 유엔의 권고가 내려진 이유는 위안부 피해자 배상과 공식 사과 등 진척 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이 2년 전 제출한 답변를 그대로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답변서에서 2015년 12월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답변서 내용과 동일한 것이었다.
일본이 제출한 답변서를 심의한 유엔이 일본에 재차 권고한 이유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에게 전쟁범죄에 따른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유엔이 2015년 박근혜 정부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전범국 일본은 설자리를 잃었다.
한편 유엔의 권고가 이루어진 그 시각 윤석열 정부는 일본군 해상자위대의 관함식에 참석해 2차대전 당시 침략전쟁 때 사용하던 욱일기에 경례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이날 “타국의 평화와 안전을 무력 행사나 위협으로 짓밟는 자를 대비해야 한다”라며 일본의 무력 증강을 공언했다.
일제는 2차세계대전에서 타국의 평화와 안전을 가장 악랄하게 유린했다. 범죄적 침략전쟁으로 식민지를 강점한 일본군국주의는 총칼로 조선인을 죽이고 위협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어떻게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한치의 반성도 없는 군국주의 그대로인 일본 총리의 재무장 발언에 경례를 붙인단 말인가.
이날 이종섭 장관과 해군의 관함식 참석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언론은 관함식에 참석해 욱일기에 경례하는 한국해군의 모습을 전 세계에 연속 타전하고 있다. 딴에는 과거 식민속국이 스스로 찾아와 군국주의 부활을 알리는 자리에서 머리를 숙였으니, 이제 전범국의 멍에를 벗게 되었다고 자랑하고 싶었으리라.
때를 같이해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6일 “한국과 일본 사이의 중요한 역사적, 정치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군사 영역에서 의미 있는 3자 행동을 할 수 있는 상당한 범주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연연하지 말고, 한일 군사협력을 서두르라는 주문이다.
사실 전범국 일본은 정식 군대를 가질 수 없도록 국제법과 일본 헌법이 제한하고 있다. 당연히 관함식처럼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의식은 금지된다. 그런데 미국의 비호 아래 일본 자위대는 2002년 첫 관함식을 거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과 함께 해외로 나가 군사훈련까지 전개한다.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를 부활하고, 대만과 한반도 위기 상황을 핑계로 자위대가 금지된 해외진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달 중순 한미일 정상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 두 차례 만날 예정이다.
일본은 이 기간 한미일 정상 간에 회담을 거듭해 위기감을 공유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 “강제징용 문제가 진전을 보이지 않아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여기서 강제징용 문제란 대법원의 현금화(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전범기업의 재산을 현금화해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판결) 명령을 윤석열 정부가 철회해야 한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일본이 주장하면서 발생한 문제.
지난 9월 유엔총회 때처럼 윤석열 정부가 또 일본에 과거사 문제는 언급도 못한 채 ‘스토킹’ 외교라는 비난을 받고, 미국과 계획에도 없던 만남을 위해 ‘조공’ 외교를 펼치지나 않을지 벌써 불안이 앞선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