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하 이재용 씨)이 징병 검사를 받은 건 대학에 다니던 1990년 6월입니다. 최고등급인 1급(현역 입영)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1년 반 뒤인 91년 11월에 재검사를 요청합니다. 이 재검에서 5급(입영 면제) 판정을 받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06년 KBS 탐사보도팀은 공개된 각종 자료와 취재 내용을 종합해 이 씨의 병적기록표를 재구성해봤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5급 판정 사유는 '수핵탈출증', 이른바 '허리디스크'였습니다.
종합병원 아닌 ‘안세병원’ 진단서…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씨가 당시 병무청에 제출한 진단서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뗀 것이 아니었습니다. '안세병원'이라는 중소병원에서 발행된 것이었습니다.
1급 판정이 내려질 만큼 건강했던 허리가 무슨 이유로 1년 반 사이에 군 복무를 면제받을 만큼 나빠졌을까요? 내로라하는 종합병원들을 놔두고 왜 중소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었을까요?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이재용 씨와 삼성그룹 홍보팀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거듭된 요청에도 응하지 않던 이재용 씨 측은 한 달 반 만에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안세병원, 1991년에는 ‘산부인과’ 전문
서울 강남에 있는 안세병원은 2008년 경영 악화로 폐업하기까지 '척추디스크 전문병원' 간판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재용 씨의 진단명과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안세병원을 조사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재용 씨가 진단서를 뗀 1991년에는 이 병원이 산부인과 전문병원이었다는 것입니다. 1984년 설립된 안세병원은 91년 당시 제법 유명한 산부인과병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척추 병원으로 탈바꿈한 건 1999년이었음을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본 안세병원 측 설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에도 '허리디스크 전문의'가 있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안세병원 측에 당시 기록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안세병원 측은 "척추 질환을 진료하려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전문의여야 하는데, 인사 기록을 뒤져보니 1991년에 정형외과 전문의가 한 명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려왔습니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해 서울 강남에서 개원의로 일하고 있는 그 전문의를 만났습니다.
안세병원, CT 장비 없어…촬영 어디서?
당시 허리디스크 진단서를 떼려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 판독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취재 결과, 91년 당시 안세병원에는 CT 장비가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재용 씨가 진단서를 받는데 필요했던 CT 필름은 안세병원이 아니라 한 의원에서 촬영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폐업한 해당 의원의 원장을 만나 물었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안세병원 상황과 관련된 이런 취재 내용이 이재용 씨 측 답변과 다른 데 대해 해명이나 반론을 요청하는 질의서를 이 씨 측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차례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이 씨도, 삼성도 아무런 답변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알고도 제밥그릇 챙기느라 바쁜 개돼지만 있을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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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수법에 양아치짓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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