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14.
돌싱옵이 들어앉혔다는 소문을 어떻게 알아낸건지 가전옵이 가게에서 펄펄 뛰었다는
이야기를언니들을 통해 듣고 좀 기가막혔었는데 거기에 그옵이 날 찾아서
논현, 신사 선수촌을 뒤지고 다닌다는 이야길 들으니 무서워졌다.
내가 공사를친것도 아니고 단골손님이었을 뿐인데 부담 백배였다.
방을 내놓고 학교앞 오피스텔을 알아보기로 했다. 돌싱옵에게 얘기하니 선수촌보다
학교앞 오피스텔이 안전할것 같다며 찬성했다.
강하나 건넌것 뿐인데 전집보다 큰사이즈에 한강보이는 이쁜 오피스텔을 학교 바로
앞에 얻을수 있었다. 오피스텔에 친구도 한명 살고있었어서 더 좋았다.
오빠가 고양이랑 강아지중에 하나 고르래서 털 긴애들은 옷에 털붙어 싫다니까
같이 분양하는데 보러가재서 그중에 고양이가 닥스훈트처럼 다리가 짧은애
사진이 붙어있길래 보고싶댓더니 먼치킨이라는 희귀종인데 내일 들어온단다.
다음날 가서 봤는데 너무 예뻣다. 털도 길지 않고 눈도 녹색인 애기였다.
외국에서 데려온애라며 비행기값까지 못받아도 500은 받는대서 아쉽지만 너무
비싸서 못기르겠다고 돌아서니 400에 해주겠단다. 그래도 너무 비싸다며
'현금으로 낼건데.' 하니까 그제서야 350으로 내려가는 가격. 외제차 타고와서
만만하게 봤던 모양이었다. 현금이니 300에 해달라고 하고 고양이용품도 챙겨달라고
졸라서 화장실 모래 사료 이동장 필요한거 몽땅 얻어냇다.
오빠가 계산하고 나올때 100을 말없이 오빠주머니에 넣어주니 씨익 웃는다.
그다음주 오빠가 친한 형님과 서초동으로 술마시러 갔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술집같지 않고 좀 얌전한 분위기? 오픈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피아노가 있길래
피아노바인가 하는데 악기든 여자애들이 하나둘 나오더니 클래식을 연주한다.
연주자들인가 하는데 옆에와서 인사하고 앉기도 하고 술도 따라주고.
이쁜애들은 없었지만 꽤 신선한 충격. 텐이라기엔 수질 안좋았지만 2차없는건 같았다.
그중 플룻하는언니 낯이익어 알아보니 같은중학교 선배다.
그오빠 선배가 이뻐하는 사람이 그언니여서 8월에 자주 만나게 되었다.
피리언니랑 나랑 오빠 오빠선배 넷이서 볼링도 치고 골프도 치고.
다같이 여행가자니까 언니가 그런사인 아닌듯 슬슬 뺀다. 그리고 9월초,
내게 전화하더니 내일 유학간단다. 비밀로 하고 돈모으며 준비해왔었다고 한다.
오빠선배의 슬픔은 굉장했다. 그래서 잊어버리라고 이쁜 유*언니 소개시켰다.
여자는 여자로 잊는다더니 오빠선배 유*언니 새로옮긴 가게 출근도장 찍는단다.
돌싱옵을 사귀며 포켓볼과 사구를 잘치게 되었고 만화방을 같이가서 만화방에서
짜장면도 시켜먹어봤다. 돌싱옵 짜장시킬땐 항상 알바생것까지 시켜주더라.
돌싱옵과 같이 쇼핑가 완전 힙합으로 바꿔놓고는 레게가발까지 빌려씌워선
강남 엔비도 같이 가보고 홍대 클럽데이를 가보고싶어하던 오빠친구들 다 불러서
모두 탈진할때까지 여기저기 클럽들을 돌며 놀기도 해봤다.
그러는 가운데 오빠랑....정이 또 들기 시작했다.
사랑보다 더 무섭다는 정. 오빠랑 나는 계약된 관계인데. 오빤 날 귀엽고 고마운 동생
그 이상은 안본다는걸 알면서도 전화통화가 기다려지고 못만나면 서운했다.
이런 내마음컨트롤 하려고 친구들이 해외여행 가자고 하면 안빠지고 다니고
나이트에서 부킹도 해봤지만 다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한다는 생각에 슬퍼질뿐.
돌싱옵과 주말에 낚시를하고 돌아오다가 갑자기 차가 멈추었다. 견인차를 부르고
같이 강을보며 차밖에 앉아있는데 10월이라 그런지 좀 추웠다.
돌싱옵에게 팔짱을끼고 머릴 기대고. 두근두근 내 심장소리가 들릴것만 같았다.
나도모르게 돌싱옵 뺨에 키스했다. 돌싱옵의 얼굴이 당황스러워지더니 내 얼굴을
잡고 입술에 부드럽게 뽀뽀만 해주었다. 그리고 둘이 손잡고 흐르는 강물을 바라봤다.
내인생에 제일 로맨틱하고 마음아픈 순간이었다. 정이드는게 아니라 사랑에 빠지고
있던거였다. 그것도 나이는 열네살이나 많고 성불구인 사람과.
마음돌리려 참 많이 애썼다. VJ언니따라 호빠도 가보고 여행도 가보고.
하지만 멋진 남자옷 보면 돌싱옵 생각나고 좋은곳 가면 다음에 같이와야지 생각뿐.
그렇게 나의 마음은 한없이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15.
시간은빠르게 흘러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오빠선배와 유*언니는 알콩달콩 잘 사귀기 시작했고 오빠 친구들의 애기씨들은
만날때마다 대부분 바뀌었다. VJ언니는 밤일을 본격적으로 그만두었다.
돌싱옵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해외에서 보내는게 어떻겠냐며 영어회화좀
되냐고 묻는다. 부끄럽지만 영어는 한개도 못하는데 어쩌냐고 하니까
자기가 되니 걱정말라며 그래도 영어학원 하나 다니란다.
학교 졸업공연때 오빠와 오빠 친구들이 와줬다. 부모님께는 소속사 스폰서분들이라
인사시키고. 오빠친구들이 화환을 엄청나게 큰걸로 마련해와서 민망했다.
연기가 딸려서 주연도, 그렇게 큰 배역도 도 아니었는데.
공연 첫날은 부모님과 결혼한 오빠내외가 와줬고 마지막날은 쫑파티 1차후에 아프다고
핑계대고 도망쳐서 오빠와 같이 야경보러 남산에 갔다.
오빠와 한침대에서 서로 꼬옥 끌어안고 잠잔게 여러번. 섹스없이도 이렇게 깊은
감정 느낀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마음아프기도 했지만 익숙해졌다.
비행기를 타고 오빠와 갔던 이탈리아 여행. 로마에서 크리스마스를보내고 피렌체를
걸쳐 같이 새해를 맞은 밀라노까지 사진 많이 찍으며 둘이 너무 즐겁게 여행했다.
돌싱옵의 장기중 하나는 여러나라말 하기였다. 일어,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의외로 영어는 잘 못해서 이유를 물으니 불문과 출신이라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나 영어배우게 해서 두고두고 써먹는다며 웃던 돌싱옵.
따라 웃었지만 8월,9월,10월,11월,12월,1월....2월이 되면 우리 계약이 끝난다.
알고 있으면서 저런말을 하는걸까? 아니면 계약을 더 길게 하려는걸까?
1월 둘째주에 한국에 돌아와서 집에왔는데 음성에 남겨진 아우디옵의 목소리.
미국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돌싱옵 만나기 전이었다면 너무 가슴아플 이야기였지만 조금...아주 조금만
아팟다. 그리고 축복의 이메일을 보내주었다.
여행동안 동물병원호텔에 맡겨두었던 고양이를 데리러 갔는데 낯익은 렉서스가 앞에
주차되어있다. 병원에서 시베리안허스키를 끌고나오는사람,전 남친이었다.
모르는척 그냥 지나쳤다. 고양일 데리고 나왔는데 차가 그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얘기좀 하자."
오랫만이란 인사도 없이 창문을 내리고 툭 말을 내뱉는 전 남친. 못본사이 살이 좀
붙어서일까? 전에 느꼇던 깔끔함과 매력은 간데 없었다.
무시하고 내차로 가서 집에 오려는데 뒤에 따라오는게 보였다. 돌싱옵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괜한 폐끼치기 싫어서 그간 연락 뜸했던 VJ언니에게 전화로 부탁했다.
강남역쪽 언니네 오피스텔 앞으로 가니 언니가 아는 남자모델 둘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그중 한명에게 처음보는 사인데도 불구하고 자기야~하며 꼬옥 앵겼다.
뒤따르던 전 남친은 차에서 멀뚱히 그광경 훔쳐보더니 차를 돌려서 가버렸다.
한숨이 절로나왔다. 무섭기도 했고 마침 언니와 같이있던 남자들이 고맙기도 했다.
고마워서 남자들 저녁사주고 집에 돌아와 전화로 돌싱옵에게 오늘있던 일 보고하니
왜 자기 안불렀냐며 서운해한다. 그래서 전남친이 데리고있던 커다란 허스키에
물릴까봐 그랫다니까 꺽꺽 웃어댓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2월이 코앞이던 어느날, 오빠가 우리집에 들렀다.
그리고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그동안 참 고마웠어, 내 친구들에겐 내가 싫증나서 찻다고 할거니까 혹시라도
내 친구들 마주친대도 아는척 할 필요 없어. 그리고 나 프랑스간다. 부인이랑
다시 합치게 될지도 몰라. 그동안 얘기 안했지만 남편이랑 이혼소송 준비중이라고
그러더라. 생각보다 좋은놈이 아니었던 모양이야. 딸도 보고싶기도 하고.
니 마음 눈치 못챈것 아니고 나도 니가 얼마나 욕심났는지 몰라. 하지만 반짝반짝
이쁠나이에 나같은놈 만나서 평생 애도 못가지고 제대로된 결혼생활도 못할걸
생각하니까 이건 아니야. 처음 계약했던대로 6개월동안 애인으로 또 동생으로
너무 잘해주었던 너, 평생 못잊을거다. 첫사랑은 아내였지만 제대로된 첫 연애는
너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거같네. 항상...
항상까지 말하던 오빠의 손등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항상 행복하고 정말 좋은사람 만나라. 정말 좋은사람. 안그러면 내가 이렇게
보내주는 의미가 없어지니까. 정말 좋은여자야 너. 여우같으면서도 곰같은.
내가 보내준거 후회 안하게 정말 좋은사람 만나라.
오빠를 끌어안았다. 돌싱옵, 내가 정말 사랑이라고 느낀 최고의사람.
오빠와 반시간 가까이 아무말없이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오빠가 떠났다.
16.
졸업식. 혹시나 왔을까 생각에 가족들 몰래몰래 주위를 살폈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졸업도 한 마당에 더이상 학교앞에 살기도 그래서 강남쪽으로 선수촌 아닌 동네를
골라 이사했다. 오빠가 준 6000과 집 보증금 4000을합쳐 작은 원룸을 전세내었다.
VJ언니는 화보집을 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했고 좋은분을 만났단다.
유*언니도 새로운 가게에서 잘 지내고 오빠 선배와 잘 사귀다가 이젠 좀 시들해
졌단 이야길 했다. 참....차를 팔았다. 내 귀엽던 TT를 팔고말았다.
1월에 전남친 만난 후로 내차 혹시라도 마주치면 또 따라올까 두렵기도 했고
차 볼때마다 이젠 먼곳에서 남의남자된 아우디옵 생각나 맘도 아팠다.
그리고 학교친구와 대학교 2학년때 계획하고 돈없어 실천 못했던 미국여행을 했다.
둘이 여행사에 알아보고 13박 15일의 패키지를 끊었다.
여행경험이 있었다면 자유여행을 하고싶었지만 미국은 좀 위험하다는 사람들 의견에
따라서 그냥 패키지로 하고 샌프란시스코-요세미티-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LA
-뉴욕-워싱턴-나이아가라-토론토-오타와-몬트리올-퀘벡-보스턴 일정이었다.
아우디옵이 있는 시애틀은 멀었지만 같은 미국아래 있다는 생각에 가슴 찡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도착해 플룻언니도 다시만나보고. 돌싱옵과 헤어졌다니까
여행하며 다 잊으라고 토닥토닥 위로해줬다.
여행에 대해 자세히쓸수가 없다. 너무 많은것을한꺼번에 보고 듣고 느꼈다.
그렇게 정신없이 2주를 여행으로 보내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재충전된 마음으로 다시 가게를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냥 놀려고가 아닌 돈을
모으자는 마음으로였다. 3월중순부터 4월중순까지 1600으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사진들고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좀 안챙겨 먹었더니 살이 너무
빠지고 몸이 안좋아져서 쉬게되었다. 오디션 본곳중 한곳에서 계약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쉬면서 모던댄스도 배우고 나자신을 위해 투자했다.
이글을 쓰기 시작한 5월말. 난 다시 가게를 나갈 생각이었다.
그동안 돈을 모으지 못했던 후회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 소속사도 생겼으니 열심히살아야지.
텐프로로 생활한지 햇수로 3년이었다. 모은돈? 없다. 가게에서 번 돈은 모래처럼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버렸고 많은 명품가방과 명품옷, 시계와 구두가 전부다.
돈돈돈.....머리와 메이크업, 네일, 차유지비, 유흥비, 쇼핑, 콜택시....
글을쓰며 점점 더 나에대한 확신이 들고 내가 누군지 알게되었다면 우스울까?
그나마 다행인건 카드를 만들지 않았고 그덕에 빚이 안생겼다는거.
이제 내 전공을 살릴수 있는 길로 가려고 한다.
물론 텐프로도 내 전공을 살린 일이긴 했다.
연기와 가식으로 물들어있던 세상.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싶어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젠 밤세계 일보단 조금 더 떳떳하게 일하고싶다.
언젠가 나도 연기인으로 불리울 날이 있겠지.
후기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또 새벽이네요. 그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글 쓸때까지만 해도 가게 다시 나가서 일할 생각이었는데 글을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또 좋은소식 있었어서 이제 안나가도 될것같아요.
뭐 고마우신분 또생기고 이런건 아니구요 소속사가 생겼고 일도 생겼어요.
ㅎㅎ 하지만 여전히 화류계 언니들이랑은 친하다는거~ 언니들도 언젠간 은퇴하겠죠.
이제 글은 안남기겠지만 가끔 눈팅족으론 남겠습니다!
그간 감사했어요~ 꾸벅!
마지막.
대학로 조그만 소극장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여러분들 염려하실만큼 큰 드라마나 광고회사와의 계약이 아닌
작은곳에서부터 그동안 부족했던 연기공부하며 시작하고싶다고 말씀드렸어요.
1년? 2년? 더 길어진다고 해도 한달 30만원으로 살아야 한다고 해도
노력할겁니다. 여러분 걱정해주시는만큼은 꼬옥 노력할겁니다.
월급 30만원에 티켓이 팔리면 돈 받고 아니면 못받습니다.
월급 1600받던 네가 어찌 일하겠냐 생각하시겠지만
1600받을때는 천만원은 치장비에 600만원은 유흥과 집세로 소모되던 금액이
지금은 아무것도 필요없게 되었답니다.
교통카드로 3년만에 지하철을 타고
운전할때는 모르던 서울을 구경합니다.
아름다운 곳입니다. 제가 알던 밤의서울과 다른 맨얼굴의 낮의서울.
스스로 화장을하고 무대의상을 만드는것을 도우면서
연기에대한 열정 하나로 연극무대에 5년간 무월급으로 일하신 분들을 보면서
이제 철이드는 기분이 드네요.
걱정해주신분들, 84는 열심히 살거예요.
언젠가 대학로에서 연극포스터 보면
저 한번 생각하면서 '화이팅!'한번 떠올려주세요.
혹시라도 봐주신다면 더 고마울거구요.
같은 서울하늘아래는 아니지만
그간 저와 작은 인연이나마 만들었던 아우디옵, 돌싱옵.
모두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염려해줄거라 믿어요.
아 누군지 한번 만나보고싶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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