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내와 함께 평소와 같이 저녁을 마치고 근처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가던 길..
시에서 운영하는 호수공원 주차장을 향해 좌회전을 하기 전, 깜빡이를 킨채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룸미러를 보니 오토바이 한대가 따라오는게 보였다.
좌회전을 하려고 핸들을 좌로 틀고 주차장을 들어서던 순간, "쾅!" 하며 운전석 좌측 운전석 창가 너머로 넘어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깜짝 놀라 비상등을 켜고 차문을 열고 밖을 나섰다. 다행히 주변에 차는 없었고, 주차장 입구쪽으로 넘어진 사람과 오토바이, 흩어진 오토바이 주인의 것으로 보이는 손가방과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우선, 서둘러 넘어진채 고통스러워 하는 오토바이 기사분께 다가가 조심스럽게 여쭸다.
" 괜찮으세요?"
잠시 후. 나와 아내는 우선 다친 오토바이 운전자를 도로밖 주차장 입구 옆의 잔디밭으로 앉으시라고 안내한 후, 아내는 사고현장을 촬영하는 동안 난 차량 주변에 흩어진 오토바 운전자의 사물들을 챙긴 후 그분께 다가갔다.
그제서야 오토바이가 아주 작은 전기바이커라는게 눈에 띄었다.
대리운전 기사였고, 편도 2차선. 내가 주차장에 진입하려고 서행을 하니, 내 차에 켜진 좌측 깜빡이를 못본채 급하게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침범하려다가.. 좌회전 하는 내 차를 들이받은거였다.
잠시 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이내 근처에 있던 동료 대리기사분이 도착하셨는데..
다행히 나중에 도착하셨던 분께서, 나와 상대 기사분의 대화를 다듣고 난뒤. 중앙선을 침범한 기사분이 사비로 내 차의 찌그러진 좌측 펜더 수리비를 물어주고, 다친 기사분은 자비로 치료하기로...
사고직후부터 나는 보험사에 연락하라고 아내에게 보험사에 연락하라 했는데, 아내는 다쳐서 다리늘 쩔뚝거리던 기사와 동료 이야기를 듣더니, 나를 말리며 그렇게 하자고 한다.
아뭏든. 상호 합의하에 차 수리비는 대리기사분의 아는 정비소에 맡겨 수리하기로 했는데, 찌그러진 좌측 펜다 도색 판금 수리비 약 30~40만원을 기사님께서 부담하고 치료는 스스로 부담하는데 합의를 마쳤다.
...
평온했던 하루. 순식간의 교통사고로 누군가의 일상이 깨졌고, 서로 다치거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
합의문을 문자로 보내고 답장을 받았다. 그리고 이 정도 사고라 서로 다행으로 여기고, 서로 인사를 마치고 헤어진 후. 호수공원 산책길에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 마음에 걸렸다. 대리기사.. .
나도 젊었던 시절. 대리기사 일을 했던 적이 있었다.
강남. 한때 직원들 월급줄 돈이 없어서 돈을 벌려고 교보타워 근처에서 한동안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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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 초입길에 들어설 무렵, 이미 해는 지고 초저녁 어둠이 호숫가 풍경을 아름답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아까 저분. 차랑 수리비. 그냥 안받는게 어떨까?"
잠시 후. 기사분께 전화를 걸었다.
'차는 우리가 알아서 수리할테니 병원 가셔서 꼭 치료 잘 받으시라'는 내용으로 통화를 마치고 난 뒤, 갈증이 났는지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병 마시려 들어섰다.
편의점 앞 벤치에 잠시 앉아 쉬며 아내와 함께 1+1 행사음료수를 들이키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내는 현명했고, 침착했었다. 반면, 나는 교통사고라 무조건 보험처리를 하려고 했었다. 누군가 다치고, 또 차량에 피해를 입었으니.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다친 사람이 우선이었고, 충분히 그분과 나중에 도착한 그분의 동료와 충분히 대화를 마친 후 상호합의하에 일처리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대리기사가 사고를 내고 보험처리를 하면, 불이익이 주어진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생각같아선 치료비까지 보태드리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못한 형편에 서로 말없이 그냥 산책길을 평소와 같이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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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도착 후. 작업을 하다가 11시가 넘어 냉장고에서 꺼낸 소주병 뚜컹을 따 작은 소주잔에 채운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 나니, 가슴깊 한구석에 숨었다가 나오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어이가 없는 뺑소니로 신고 당할 수도 있는 세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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