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황우여 위원장과 당 지도부와 비공개 만찬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제 108석 소수여당이지만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부분 결정은 당이 중심이 돼 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비공개로 약 2시간 30분 동안 만찬과 티 타임을 함께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의 의견을 경청했고,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잘 새겨서 국정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이제(22대 국회) 108석 소수 여당이지만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결정은 당이 중심이 돼 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황 위원장은 “전당대회 준비 등 당 현안을 차질 없이 챙기는 한편,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당정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구인난을 겪던 비대위원장을 맡아준 것에 대해 “어려운 역할을 맡아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과의 소통에도 힘쓰겠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야당 정치인과도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정치권과 직접 소통을 활발히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야 협상을 이끄는 추경호 원내대표에겐 “당정의 가교 역할, 국회에서의 역할을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황우여 비대위는 이날 상임전국위원회와 당선인 의총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김기현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마친 뒤 5일 만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취임 후 36일 만에 윤 대통령과 식사를 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 3일 황 위원장 취임 후 비대위 구성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윤 대통령과 지도부 만찬 날짜가 먼저 잡혔다.
당에선 한 전 위원장 시절 대통령실과 당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거 기간 정책과 메시지 엇박자를 낸 것에 대한 반면교사 차원으로 신속한 회동이 이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22대 총선 패배 후 여권 쇄신 외에도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변수, 여야 원 구성 협상과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 당정 사이에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다. 한 비대위원은 “사전에 준비한 의제는 없었다. 특검 외에도 현안에 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통령이 선거 후 당과 소통의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만찬 배경에 대해 “총선 이후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당 지도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국정 현안, 특히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당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당정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는 황 위원장과 추 원내대표 외에도 엄태영·유상범·전주혜·김용태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성일종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와 조은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도 지도부 일원으로 동행했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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