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시점에서 진짜 이해 안가는 사회현상 한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인터넷에서 대충 돌아다니다보면 소위 역사매니아나 밀리터니 매니아 혹은 그에 해당되는 파워블로거나 논객들 넘쳐나는 나라다. 헌데 그런 나라에서, 특히 그런 매니아들일수록 어떻게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청맹과니가 되는지 그게 이 시점에서 내가 정말 이해할수 없는 사회현상이다.
전쟁(戰爭)이란게 반드시 양국 군사가 전면으로 맞붙는 ‘전면전’만을 두고 ‘전쟁’이라고 하지 않는다. 따지고보면 기습전,게릴라전 또는 간첩이나 정보통신망등을 통해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행위들도 다 따지고보면 광의(廣義)의 전쟁인 셈이다. 이런식의 개념은 손자병법 시절부터 존재한것이고, 삼국지,초한지 같은 중국 고전소설에도 무수히 나오는 설정이다.
가령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할 때 위연이 ‘어렵게 가지말고 자오곡을 건너 바로 장안을 기습하자’고 한것이나 초한지에서 한신이 역시 먼저 ‘잔도(棧道)’를 불사른뒤 항우가 방심하고 있을 때 다른 제3의 비밀통로로 초나라를 기습한 것 역시 상대방의 허점을 노린 ‘기습전’이 아닌가. 제갈량 또한 원래 촉나라쪽 사람이었다 부득이하게 일시적으로 위나라에 투항한 맹달을 이용 상대측을 일시적으로 교란시킬 작전을 꾸민다. 적은 군사나 형세가 불리할 경우 특히 상대의 허점이나 권력 혹은 군사력의 공백상태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이야기는 손자병법 시대 이래로 무수히 존재하는 일화들이다.
박정희 대통령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어쨌든 18년간 대한민국 최고 통치자였던 인물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은 국가로선 엄청난 손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권력의 공백기’에 적대국가가 모종의 행동을 해볼 생각을 안해본다면 그게 더 이상한일 아닌가. 솔직히 김일성이 신묘한 지략가인지 아니면 병법의 기본조차 모르는 천하의 문외한인지까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아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적대국(남한)에 그런 권력의 공백상태가 생겨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모종의 작전’을 한번 꾸며볼 그럴 생각조차 안해볼 정도로 아둔한 머리를 가진 사람은 아닐 것 아닌가.
만약 북괴 김일성이 10.26 이후의 남한 권력 공백기를 이용 어떤 ‘작전’을 시도할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서도 그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로 나뉠 수밖에 없다. (1) 아예 전군을 밀고 내려가는 전면전을 벌일것이냐 (2) 기습전이나 게릴라전으로 상대방을 혼란에 빠트릴것이냐 (3) 아니면 간첩을 내려보내 남한의 불순세력이나 반정부 세력을 응용한 교란작전을 펼것인가. 김일성도 최소한 소위 ‘대남공작’이다 뭐다 하며 여러 가지 작전을 꾸미고 제안하는 측근들이 있을것이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다양한 작전 아이디어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유가 이상할지언정 귀하가 만약 79년 10월 26일 직후의 북한 김일성이라면 어떤 방법을 택하겠는가. 실패할시의 외교부담이라던가 정전협정 위반문제, 미-일-중-러등 주변국가들과의 복잡한 외교마찰 문제등 많은 문제와 위험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직접 군대를 이끌고 밀고 내려가는 ‘전면전’을 펼 생각을 하겠는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적으면서 적진(남한)에 더 큰 타격을 입힐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기습전이나 게릴라전 혹은 간첩작전 같은 것을 펼치겠는가. 김일성 입장에서 그 당시 전면전과 기습전 혹은 간첩을 보내 교란시키는 방식중 어느쪽이 더 수월했겠는가를 묻는 것이다.
12.12를 두고 흔히 이런말들을 한다. 특히 전두환이 정승화 육참총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정승화-장태완측 군인에 대응하기 위해 휴전선 부대를 빼돌린 문제를 놓고 ‘만약 그때 북한이 쳐들어 오기라도 하면 어쩔뻔했느냐 ?’고. 헌데 솔직히 12.12라고 해봤자 하룻밤 대략 열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이고 80년 ‘서울의 봄’은 두달넘는 소요사태다.
말이 ‘서울의 봄’이지 그렇게 박정희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고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야당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80년 봄에 접어들어 대학들이 개강하자 이른바 ‘교련철폐 시위’등 본격적인 학원 자유화 요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것이고 그렇게 시작한 데모열기가 그해 5월까지 이어진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12.12라고 해봤자 그 하룻밤 한밤중 열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서울의 봄’은 장장 두달에 걸친 소요사태다. 헌데 남한사회가 이렇게 시끄럽고 혼란스러운데 그런 혼란상황에서 적대국(북한)이 개입을 하려하거나 모종의 사건을 일으켜보려 하지 않았을것이라 어찌 장담하는가 ?
‘간첩’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간첩이 일부 풍자형 코미디 영화같은데서 생긴것부터 어수룩하고 생필품 구입이나 식당이용 같은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는게 많고 문명의 이기조차 제대로 사용할줄 모르는 그렇게 멍청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만 자꾸 희화화시켜 대다수 ‘보통사람’들에게 간첩의 이미지가 마치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사람’ 그런식으로 인식되었는지 모르겠는데, 간첩은 근본적으로 적대국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간첩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 (1) 적지에 사는 일반인들을 이용 적국의 일반적인 생활상을 파악하는 간첩 (2) 적지의 고위인사 또는 비주류로 밀려났거나 집권세력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인사를 포섭해서 고급정보를 빼내는 간첩 (3) 양쪽정보를 모두 활용하여 교란작전을 펴는 ‘이중간첩’ (4) 적진 깊숙이 침투해서 오랜시간 활동하며 교란작전을 펴는 간첩(* 반정부 세력이나 비주류 인사 또는 운동권등을 포섭하는 활동 역시 이러한 간첩들이 행하는 일일 것이다). 이와같은 ‘간첩’의 개념구분 역시 엊그제 만들어진 개념도 냉전시대 군사정권이 만든 개념도 아닌 아주 오래전 2천년전 ‘손자병법’ 시대부터 등장하는 개념이다. 심지어 적국에 비주류 인사나 실권자들에 의해 밀려나 집권세력에 불만이 많은 인사를 포섭하여 교란작전을 펼치는 행위는 삼국지,초한지 같은 중국 고전소설이나 조선,고려시대 배경의 우리나라 역사소설에조차도 무수히 등장하는 장면이다. 근본적으로 적대국가에 군이나 권력에 공백이 생겼거나 또는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그 틈을 이용해 기습이나 게릴라전을 펴는 것은 동서고금 동양은 손자병법 시대부터 서양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아주 기본적인 전략개념중 하나다.
자, 이제 5.18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과연 5.18 아니 그에 앞선 그 두달여의 대한민국 땅내의 소요사태때 북한이 ‘단 한명의 간첩’도 파견하여 교란작전을 펴거나 개입하지 않았을것이라 어찌 장담하는거 ? 앞서 언급했지만 간첩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 아주 오랜시간 암약하며 반정부 세력을 포섭하거나 고급정보를 빼돌리는 간첩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정부 고위인사에 접근하여 정보를 빼돌리거나 적국의 동향을 파악하는 간첩까지 종류는 여러 가지다. 그 많은 고정간첩에서부터 신종간첩까지 그중 단 한명도 5.18이나 ‘서울의 봄’ 그 두달의 난리가 펼쳐지는 동안 한 사람도 개입하지 않았으리라 장담할수 있는가 ?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는데 필자는 일부 극우인사들이 주장하는 ? 소위 ‘5.18 광수’ 같은 ? 북한군 수백명이 남한의 광주시를 제집 드나들 듯 왔다갔다 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음모론’과 동일한 성격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5.18 북한군 개입 의혹’과 ‘5.18 북한 개입(간첩) 의혹’은 글자 하나 차이지만 그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삼국지의 제갈량도 위나라 정벌에 나서기전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던 사마의를 간첩들을 보내 거짓소문(* 사마의가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을 퍼트려 먼저 제거한뒤 그와같은 무력(武力)의 공백상태를 이용 본격적인 북벌을 감행했다. 적의 허점을 노려 기습한다던가, 간첩을 보내 교란작전을 편다던가, 상대진영의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어떤 모종의 작전을 펼친다던가 하는일은 동양은 삼국지,초한지 시절부터 서양은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있어왔던 병법의 아주 기초적인 전략이고 전술이다. 만약 김일성이라고 해서 남한의 권력공백기나 혼란기때 ‘모종의 작전’을 실행해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김일성은 아주 착하고 순한 사람이거나 반대로 아주 어리석고 아둔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남북관계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 같은데서 간첩을 아주 멍청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수도없이 희화화 시키고 드라마 같은데서 무슨 비무장지대에 떨어진 로또복권 가지고 남북한 군이 ‘나눠먹기 협상(?)’을 벌인다던가 한반도의 근현대사 곡절을 깡그리 무시한채 남한이 ‘입헌군주국’이란 가상설정으로 남한의 철없는 왕세자가 북한의 개념여군과 연애하는 오만가지 ‘낭만주의형’ 남북평화지향의 문화콘텐츠가 판을 쳐도 남북관계는 분명한 현실이지 드라마나 영화 혹은 중국 고전소설에 나오는 전쟁상황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는 소리다 !!! 특정 정권이 들어서면 꼭 남북관계를 놓고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대주고 열어줄것처럼 어떻게든 남북대화를 계속 진행하려고 안달이 나지만 북한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12.12...그래봤자 그 하룻밤사이 있었던 우리 군끼리의 무력충돌을 놓고 ‘그 사이에 북한이 쳐들어오면 어쩔뻔했느냐 ?’고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소위 ‘서울의 봄’ 그 두달넘는 시위사태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북한이 모종의 작전이나 개입을 시도해보려 했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전혀 안한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사회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최소한 고정간첩과 불순세력의 연계를 통해 어떤 모종의 교란작전을 펼수도 있는일 아닌가.
12.12 그래봤자 고작 하룻밤 열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있었던 우리군끼리의 무력충돌에 ‘북한이 쳐들어왔다면 어쩔뻔했냐 ?’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80년 서울의 봄 그 두달간 지속되어 광주에서 초 절정을 이룬 사태에 북한의 ‘모종의 개입’이 있었을것이란 의심을 전혀 안한다면 이 또한 분명 이해할수 없는 사회현상중 하나다. 북한이 마냥 좋고 착하기만 한 ‘선한의도’를 가진 나라가 분명 아니며 남북대치는 안기부의 음모나 조작도 아니고 어느 역사소설속 상황도 아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닌 여전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이다. 설사 이후 또다시 북한에 마냥 퍼주기만 하려는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북한의 체제적 위협마저 망각해버리는 그런 사회적 흐름으로 가서는 정말 곤란할 것 같아서 이와같은 지적을 하는바이다.
너의 글은 이미 틀렸어
사건을 정의할때 이미 잘못된 정의를 하고있기 때문에
니글은 엉망이 될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두환은 김재규 사건에 대한 총책임자였기에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정승화 상관을 체포하는 것이었기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것일 뿐입니다. 이게 정확한 사실이어요.
영화는 사실이 아닙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