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뭐시냐,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인가? 그거에 일절 관심이 없다. 그거 때문에 한동훈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유리하냐 불리하냐에도 관심이 없다. 홍준표 대구 시장이 그 논쟁에 끼어들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다.
그런데 이 논쟁이 확산되면서 진중권 평론가가 김건희와 무려 57분이나 통화를 했다는 대목을 듣고 진짜 황당했다(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더 황당했던 것은 홍준표가 진중권을 ‘얼치기 좌파’로 묘사했던 부분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진짜 짜증이 폭발했다. 진중권이 무슨 얼치기 좌파냐? 그냥 얼치기면 몰라도. 제발 진중권 앞뒤에 ‘좌파’ 호칭 좀 붙이지 마라. 평생 좌파로 산 사람들, 불쾌해서 죽을 지경이다.
진중권이 도대체 뭐라고 언론들이 진중권의 말을 과도하게 인용하는 거? 이건 좀 웃기긴 하지만 그건 언론사의 취사선택 자유이니 존중하겠다. 언론사가 웃겨보겠다는데 그 정도 자유는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진보 진중권이 이렇게 말하더라, 좌파 진중권이 이렇게 비판하더라, 뭐 이런 멍멍이소리는 제발 좀 삼가자. 그는 진보도, 좌파도, 개뿔도 아니다.
혹시 진중권이 “나는 요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평론가지 좌파가 아니다”라고 주장할까봐 미리 못 박는다. 멍멍이 소리 작작 하시라고. 2020년인가? 언론 인터뷰에서 “좌파 곤조가 있지” 어쩌고 한 게 당신이다. 진중권은 지금도 자기가 좌파라는 사실을 여전히 상품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판 같은 소리 하고 자빠진 진중권
좌파건 우파건 대한민국은 떠들 자유가 있는 나라다. 나는 진중권이 그 어떤 파에 소속돼 있어도 그의 떠들 권리를 존중한다. 그런데 내가 못 견디는 것은 그가 마치 공정한 평론가인 양 심판 코스프레를 하며 좌파를 팔아 우파 편을 든다는 데 있다.
2020년 2월 9일, 당시 안철수 씨가 창당을 추진했던 국민당 창당발기인 대회에 진중권이 강연을 한 일이 있었다. 강연 제목이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이었단다. 안철수가 페이스북에서 이 강연을 극찬하고 다녔다.
진중권이 정당에서 강연?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세간에서 “진중권이 국민당으로 가는 거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자 진중권이 이런 반론을 했다는 데 있다. 이게 당시 진중권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굳이 안철수 캠프로 갈 이유도 없고, 딱히 가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건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남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죠. ··· 피차 흉한 꼴 다 드러낸 마당에 무슨 이뤄야 할 역사적 대업이 남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진영을 갈라서 싸우는 것은 끼리끼리 하시고, 내 허락도 없이 나를 이 진영, 저 진영에 마음대로 집어넣지 마세요. 내가 분명히 얘기했죠? 난 심판 볼 거라고. 그러니 그쪽이든 저쪽이든 진영에 속한 분들은 이 공간에서 나가주셨으면 해요. 그거 지겨워서 만든 곳이니. 여기는 진영 멘탈리티에서 자유로운 이들의 장소로 남았으면 합니다.
여기에 지가 직접 적었다. 자기는 심판 볼 거라고. 아니, 누가 너보고 심판 봐 달랬냐? 니가 뭔데? 심판 자격증이라도 있어? 심판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 지 멋대로 지가 심판 본다고 나대냔 말이다. 이것부터가 자의식 과잉이 빚어낸 코미디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심판을 보겠다는 인간이 국민당에서 강연을 했다는 거다. 이게 말이냐, 엉덩이 사이에서 분출되는 가스냐? 보스턴 레드삭스하고 LA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붙었는데, 심판이 전날 다저스 구단 저녁 행사에 참여해 강연을 하고 환대를 받았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심판이 할 짓이냐?
진 교수는 당시 국민당 강연에서 강연료로 얼마를 받았나? 강사가 강연을 하고 강연료를 받는 당연한 일을 시비 거는 게 아니다. 심판을 자처하는 이가 특정 정당에서 강연을 하고 돈을 받으면 그게 어찌 심판인가?
심판은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심판의 콜 하나에 공정성이 세워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판은 경기 도중은 물론이고 경기 전에도 특정팀과 관련된 접촉을 절대 하면 안 된다. 특정팀 관계자들과 만나 유난히 활짝 웃고, 유난히 친절하고, 유난히 거기서 강연을 하고, 유난히 거기서 강연료를 받으면 안 된다. 그 짓을 하고 싶으면 심판을 그만 둬야 한다.
그런데 진중권은 심판을 자처하며 저 따위 짓을 태연히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마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공정한 평론가인 양 씨불이는데, 정작 본인은 영부인과 57분이나 통화를 한다.
뭔 소리를 주고받았는지 난 관심 없다. 선수가 심판한데 전화해서 57분이나 애원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는 그 자체가 이미 심판의 자격 박탈이다. 진중권 페이스북에 들어가보니 자기 스스로 원희룡, 홍준표 등을 비판하면서 “니들이 선거 때 나한테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유튜브에 출연해달라고 조르지 않았느냐”고 떠들던데, 그러고도 니가 심판이냐? 특정 정당 관계자들이 “나 좀 도와줍쇼”하고 줄을 서고, 시간 나면 가끔씩 도와주는 게?
앞뒤도 못 맞추는
그래서 나는 진중권의 심판 코스프레, 좌파 코스프레가 역겹다. 나는 진중권이 윤석열, 혹은 김건희, 혹은 한동훈, 그 어디에 붙어서 한 자리 해먹으려는 유치한 사람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그냥 자신의 위치를 우파 보수와 그저 조금 가까운 평론가 중 하나로 정하고 떠들면 된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이봉규도 한 때 정치평론을 했는데. 그런데 왜 자기 스스로를 아무도 시키지 않은 심판의 자리에 올려놓고 마치 하늘에서 모든 것을 보는 양 거들먹거리나? 거기다가 스스로를 좌파라고 규정하면서 보수 언론이 딱 써먹기 좋은 “좌파 진중권도 이렇게 이야기했다”는 상품성을 이용하냔 말이다. 실로 역겹지 않은가?
내가 최근에 진중권에 대해 또 한 번 뜨악했던 대목은, 그가 류호정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결과적으로 이준석 의원이 이끌던 개혁신당의 선거운동에 동참한 일이다. 진중권은 젠더 갈라치기로 자기 영역을 구축하던 이준석과 오랫동안 설전을 벌인 인물이다. 그러더니 류호정이 개혁신당에 합류하자 거기서 덜컥 류호정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이거다.
류호정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습니다. 젊은 세대 정치인들의 분투를 응원하는 의미에서... 늙으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고 하던데, 그 말대로 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하는 게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판단 또한 혹시 이미 흘러간 세대의 한계 내지 편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정치는 젊은이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고, 걍 뒷바라지나 하렵니다.
그런데 진중권은 이렇게 떠든지 반 년도 안 돼서 김건희와 57분이나 통화를 하고, 그 내역을 까서 언론의 중심에 선다. 정치는 젊은이들이 알아서 하게 놔둔다더니,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중권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이 정치가 아니고 뭐냐? 경제활동이냐?
돌아가진 정태인 선생께서는 우리 세대의 운동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물러난다는 의미에서 언론에 보내던 기고문조차 전부 끊으셨다. 그런데 지 주둥이로 “늙었으니 입은 다물고” 이러는 진중권이 그 입으로 끊임없이 정치질을 한다. 말의 기본적 앞뒤도 못 맞추는 자가 무슨 심판이고 무슨 좌파냐?
살아보니 노인이 되면 현명해진다는 건 진짜 근거 없는 추측이더라. 현명한 청년이 현명한 노인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현명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현명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진중권은 세월을 대변이 배설되는 신체의 작은 구멍으로 잡수신 것이 틀림이 없다. 나이를 똥구녕으로 처먹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진중권이 뭐라고 떠들던 그건 그의 자유이니 놔두겠는데 ‘얼치기 좌파’에서 ‘좌파’는 떼는 것으로 합의하자. 진중권을 얼치기는 물론 날치기, 퍽치기, 등치기, 면치기, 빡치기, 배치기, 퉁치기, 죽치기, 딱지치기, 북치기박치기 등 뭐라 불러도 좋은데, 좌파라고 부르는 건 좌파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내가 못 견디는 것은 그가 마치 공정한 평론가인 양 심판 코스프레를 하며 좌파를 팔아 우파 편을 든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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