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친문 의원들은 일제히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홍영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비판했다. 전해철 의원도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원칙과 도의를 허물고, 납득하지 못할 변명으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친문계 당권 주자인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공개 저격에 나선 셈이다. 이 의원이 "전국 과반(9석) 승리를 이끌겠다"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친문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선거 패배는 인천 계양을에서 혼자서만 살아 돌아온 분이 책임질 문제"라며 "바로 당권을 잡으려 한다면 본인과 당이 함께 죽는 길"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른 친문 의원도 "이재명 출마로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붕괴했다"며 "심각한 수준으로 사당화시킨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여곡절 끝에 당대표가 되더라도 온갖 사법적·도덕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이 △대장동 개발 특혜 △부인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성남FC 후원금 △형수 욕설 등의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내세운 선거 전략도 참패 원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에 일꾼론·인물론으로 승부를 봤어야 했다는 후회다. 서울의 친문 의원은 "인물론이 아니라 윤석열·이재명 대결 구도로 잡은 것부터가 잘못됐다"며 "이를 주도한 게 이 의원인데 명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문(非文) 의원들도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이원욱 의원은 SNS를 통해 "이재명·송영길 출마는 강성 지지자들에게 환영을 받았지만, 전통적 지지자에게는 승리 기대감을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혁신 주체인지, 쇄신 대상인지를 냉철히 판단해야 된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반면 이재명계 의원들은 "정신 나간 소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오히려 친문 의원들이 사당화를 주도해놓고선 다시 당권을 잡기 위해 권력 투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정부의 실정 때문에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졌다는 지적을 내놨다. 정권 재창출 실패의 책임은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한 이재명계 의원은 "친문의 사당화가 문제였는데 어떻게 민주당이 이재명 당(黨)이냐"며 "선거에서 패하자 이재명을 견제해 당권을 다시 잡아보겠다는 술수가 뻔히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이 어려울 때 친문이 외면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에서 떨어진 이후로는 친문 의원들이 선거를 돕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만 준비하며 내홍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돕지 않았던 건 친문"이라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친문 사당화로 당을 망쳐 놓고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경기도지사 선거는 그나마 이 의원의 색깔과 그림자가 있었으니까 이겼는데 다른 지역에선 '이재명 거리 두기'를 하면서 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내홍을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3일 의원총회에서 세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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