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죄송합니다. 제목을 보시고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라 한 줄 반문으로 끝내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름이 아니고
메이저 언론사 퇴사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호소문을 개드립에서 다시 본 후, 욱하는 마음과 함께 "대체 이 바닥은 왜 이 모양 이 꼴인가?"란 생각이 들어 그 원인을 찾아보다가 나름의 결론을 내려서 이렇게 글을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언론 바닥에서는 저런 괴롭힘뿐만 아니라 MZ·성별·수저·계급 등 온갖 것으로 사람과 세대를 갈라치는 행태, "돈 안주면 기사 쓴다"는 깡패식 한국 언론 생리까지 오만가지의 것들이 서로 얽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1. 결국 인간-세대 때문이다. 2. 그것의 변화 추이가 이를 뒷받침 한다" 였습니다.
통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하는 연도별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참고, 정리했습니다. 2015년과 2021년 신문산업 종사자 수 현황을 연령별 종사자, 연령별 기자직, 직무별 종사자, 그리고 신문산업 대표자 연령별 백분율로 나눠봤습니다.
(후기와 요약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신문산업도 타 산업과 마찬가지이나 기사라는 콘텐츠는 오직 인력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인력 수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경력자만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닌 게, 단순 나이와 경력만 많다고 유행부터 시대정신, 세대차이 등 시류-여론을 읽는 데 반드시 탁월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두 그림을 보면 전체 신문산업 종사자 수부터 신문산업 인력의 약 70%를 담당하는 기자직 수 통계 모두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청년은 크게 줄고 중장년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기자직은 더욱 경악스러울 정도입니다. 29세 이하 기자 수는 1851명에 불과한 반면, 50대 이상 기자직은 7843명으로 7년 전보다 약 90% 더 늘어났습니다.
신문사에서 연령대별 기자 구성은 군대와도 같습니다. 발로 뛰어다니며 받아쓰기-워딩을 따내는 기자는 20~30대 초년생이 맡고, 중간에서 경력으로 허리를 맡는 기자는 40대 등이 맡습니다. 그 위에서 머리로 데스킹을 보며 지시하는 간부가 50대 이상이고요.
그런데 2015년, 2021년 기자직 수를 비교하면 그 구성이 이상합니다. 2015년 구성비는 그렇다 쳐도 2021년은 50대 이상이 3040과 맞먹는 수준인데다, 20대와 비교하면 약 4배나 많은 규모인 겁니다. 허리는 그대로인데, 발은 쪼그라 들고 머리만 커진 형태니까요.
하지만 '직무별 종사자 수'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7년 간 임원 수는 -667명, 약 20%나 줄어든 반면 기자가 속한 편집국은 +5320명, 약 19%나 되려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신문사에는 기자가 많으니 기자 출신이 임원을 맡는 게 일반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이 나오면서, 너도나도 차리다 보니 기사를 광고로 '엿 바꿔 먹는'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콘텐츠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식-기업식 신문사 운영 형태가 늘어났구요, 그 과정에서 포털로의 기사 유통과 줄세우기, Youtube 등 SNS의 등장으로 신문사가 차지할 수 있는 광고도 줄어들면서 기자 외 경영의 입김도 무척 커졌습니다.
파이 먹기에의 경쟁자 증가는 자연스럽게 임원 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기자직 수와 비교하면 답은 나옵니다. '중장년 기자, 간부 아닌 간부 같은 기자들 수가 커졌다' 입니다. 제가 직장에서 본 여러 간부들은 말로는 과장, 차장, 부장 직책을 달았으나, 실상은 소수의 데스크 꼬장으로 후배 데스킹에 기사 작성까지 겸업하고 있었습니다.
※"신문산업 경쟁이 커져서 신문사 수가 줄어드니 임원 수가 줄어든 것 아니냐"란 반문도 나올 수 있는데요. 전체 신문 사업체 수는 같은 기간 4225개에서 5397개로 되려 늘었습니다.
신문을 좌우하는 이는 기사-콘텐츠를 만드는 기자보다, 그 콘텐츠를 선별-선택하는 '게이트키핑(Gate-Keeping)'을 맡는 데스크입니다. 젊은 기자가 날고 기어도 그 언론사 데스크-대표가 막으면 꼼짝 못하는 게 당연한 구조입니다. 그러니 신문사에 아직도 전근대적 군대 문화가 남아있고, 이것을 "'상식'으로 알라"는 강요가 보편적인 이유입니다.
그러니 시대정신을 읽고 말하는 것조차 그 확성기의 손잡이를 쥔 세대를 따라갑니다. 신문산업 대표자 연령을 보면 극명하게 나옵니다. 2021년 기준 전체 신문 산업체 대표자 비중에서 5060 이상 중장년이 80.3%를 차지합니다.
반면 20대는 0.4%로 7년 전보다 0.5%p 더 줄었습니다. 억지로 20대를 3040과 싸잡아도 20.7%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모든 세대의 목소리가 골고루 평등하게 대변될까요? 그래서 여전히 기성세대가 쥔 편집권+이를 빌린 권력 앞에 대항할 청년기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오는 항의 또한 '퇴사자의 호소문' 정도로 끝납니다.
※물론 반문도 나옵니다. "기자 위에 데스크? 데스크 위에 사주(事主)다. 데스크도 사주 지시에 휘둘리는 것이 현실" 아니냐는 반문입니다. 저조차 사주의 말도 안되는 편집국 지시-간섭에 데스크 지시로 동원된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도 반문합니다. "데스크가 그 무소불위 편집권-권력을 쥐었으면, 그만큼 편집권 독립의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그거 지키라고 데스크가 있는 것 아니냐고. 그거 못하니까 엄한 젊은 애들이나 괴롭혀대는 것 아니냐고."
[후기]
메이저 언론사 퇴사자 조차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도 '조직의 가해자'가 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저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참담했습니다. 원인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독자-시청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언론에 대해 가지신 실망감, 특히 청년 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없이 청년 세대를 'MZ'와 성별, 계급, 수저 등으로 갈라치기 하는 행태를 보고 실망하실 때, 그 이유 또한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 해답으로 댈 수 있는 '변명'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광고비 아니면 노답 아니냐"는 언론 수익 구조 현실, 기성언론-마이너언론으로 나뉘는 진골-성골 가르기 등 별의 별 것이 다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내린 답과 결론은 '세대'입니다. 인력으로 구성되고 굴려가고 유지되는 것이 신문산업이라면, 원인 또한 그 구성원이자 행동원인 인력-사람에게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보고 나니, 청년은 줄고 중장년만 느는, 그들이 만드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언론'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독자와 언론간 괴리감의 깊이가 커지는 방식도 나름 설명 됐습니다.
제 글이 언론인 윤리를 저버리고 "세대증오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란 반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며, 저는 보잘 것 없는, 수많은 대한민국 일개 기자 중 한 명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시는 청년세대에게, 그리고 청년이기도 한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대한민국 언론 바닥에서 겪는 청년 기자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청년세대가 겪는 모습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기성세대 만큼 굵은 머리도, 모아둔 돈도, 집-재산도, 권력도, 표-머릿 수도 없는, 작디 작고 적디 적은 세대이니, 그렇게 괴롭힘 당하고, 부당한 지시를 받고 이리저리 치이며 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그러니 우리 세대는 'MZ'란 수식어로 기만 당하고, 우리 세대의 밈(meme)이 위의 것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우린 ㅈ밥이니까요.
저 밈이야 말로 지독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대한민국 언론에서 기자-사람이 귀하게 대해지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는 귀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부림 당하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남의 집 귀한 자식이 종노비-축구공으로 채여지고, 인정받을 만한 귀한 기사 또한 보기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지금 청년이 사회-구조, 시스템 속 부당함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려 하면 저 퇴사자처럼 모난 돌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상냥한' 간부는 "지금 바꿀 힘이 없으면 괜시리 떠들어 매나 벌지 마라. 힘을 길러 그것을 바꿀 수 있는 나이와 지위를 가졌을 때 바꾸던지 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저는 그것이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진짜 조언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닥에서 수년 째 이른 후 본 진실은, 모두가 그 부당함을 바꾸려 하지 않고 외려 그것과 한 몸이 돼 부당함을 견고히 하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 퇴사자의 글에서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드립니다.
두서없이 써서 죄송합니다.
ㅈㄴ 빡쳐서 써봤습니다.
[요약]
- 7년 간 신문산업 종사자 수, 청년↓중장년↑
- 청년기자 -839명일 때 50대 이상 +3696명
- 신문사 대표 청년 '0', 중장년 비중 80.3%
- 기자 고령화, 늙은 언론이 만드는 '당신들의 언론'과 'MZ 팔이'
- 청년기자-청년은 ㅈ밥이라 괴롭힘 당한다. 빡친다.
다 몰려있는 직업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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