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오보 당일인 지난 18일 오후 KBS 기사 작성 시스템에 올라왔던 '취재 녹취록'〈7월 25일 자 본지 보도 참조〉에 이어, 그날 오전 KBS 법조반장이 같은 시스템에 전송한 '취재 발제문'을 입수했다. '취재 발제문'은 취재 내용을 요약해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둘을 비교한 결과, KBS 법조반장은 오보 내용의 상당 부분을 누군가로부터 전달받아 발제문을 작성했고, 다른 KBS 기자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로 지목되는 검사에게 그 내용을 확인한 뒤 '취재 녹취록'을 만들어 올린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KBS 내부로부터 나왔다.
'취재 발제문'은 '스모킹건(핵심 증거)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윤석열 총장 타격'이라는 제목으로 돼 있다. 여기에는 '(부산 녹취록에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에 대한 취재를 놓고 상의한 대목이 있음', '또 (한 검사장이) 적극적으로 (이 전 기자의) 취재를 독려하고 보도 시점을 이야기하기도' '총선을 겨냥해 검찰 수사와 이에 대한 취재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란 내용이 나온다.
이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이 이른바 '부산 녹취록'(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과 관련해 제기해 온 내용이기도 하다. '제보자X' 지모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채널A 측이 3월 말, 4월 초(보도)를 강조했다"고 주장하자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개입 정치 공작"이라며 이를 뒷받침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여권 인사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옮겼다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문제는 이후 확인 취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로 알려진 인사가 그 내용이 맞는다고 했다는 점이다. 이 인사와의 대화를 정리한 '취재 녹취록'에 따르면, KBS 기자가 "한 검사장이 이동재 기자한테 '열심히 해봐'(라고 말한) 정도가 아니잖아?"라고 묻자 이 인사는 "그렇게(만) 했으면 이동재도 구속 안 됐다"고 호응했다. 이 인사는 "한동훈이 (보도) 시점을 정확히는 언급 안 한다"면서도 "흐름을 보면 이동재는 그렇게 정확히 말하고 한동훈도 동의했다"고도 했다.이를 바탕으로 그날 KBS 9시뉴스는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검사장은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방송을 했다.
검찰 내부에선 "여권 인사가 전달한 '허위 정보'를 검찰 간부가 맞는다고 확인해 주는 바람에 KBS가 오보를 냈을 것"이라며 "'권·검·언' 유착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 노동조합(1노조)과 공영노조 등은 검찰 간부뿐만 아니라 여권(與圈) 인사도 KBS 보도에 개입해 허위 사실을 의도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상 규명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KBS 내부 취재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이 중앙지검 핵심 간부로 지목되고 있다는 본지 보도에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당사자가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며 "중앙지검 차원의 입장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자신들이 타깃으로 삼는 한 검사장에 대해 이 정도 '유착' 증거가 나왔으면 즉시 구속 영장을 청구했을 사안"이라며 "검찰이 불리한 부분에 대해선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49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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