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아직 로라장이 살아있고 부스 내 DJ가 신청곡 받던 시절.
다니던 중,고등학교가 농구로 유명한 학교라 4강, 결승전이면 전교생이 응원을 갔다. 17번 버스를 타고 운명의 장충체육관 앞에 내리면 상대팀 학생들, 여자부 고등학교 누나들과 종종 뒤섞여 혼잡을 겪었다. 그러다가 종종 160cm도 안 되던 꼬꼬마 중딩 내 친구들이 고딩 누나들에게 화장실로 끌려가 개털이 되도록 털리고 쳐맞고 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분기탱천한 친구들이 붙잡혀 간 아이들을 구출하러 갔다가 같이 인질이 되기도...
말죽거리에 있는 00여고 2부(야간) 누님들이었는데 태권도부와 브라스밴드부가 있어서 응원하러 오신 김에 꼬꼬마들 코 묻은 돈 수금도 하신다는 이야기만 인질이었던 친구들에게 들었다. 면도칼을 껌처럼 씹으시고 히드라처럼 침을 뱉으신다는 다소 과장된 소문은 들었지만 지방에서 칡뿌리, 더덕 캐다 온 개털 촌놈에게는 관심이 없으셨는지... 나에게는 영접의 기회를 주지 않으셨다.
내 나이 5학년 2반이니 그 누님들도 이젠 5학년 중후반 이실텐데... 아이들에게 어떤 태교와 가정교육을 시키셨는지 궁금할 뿐이다. 아이들도 아마 서른 정도 되었을 것인데... 이번 추석엔 어떤 덕담이 오고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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