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빠르다보니 남편을 만난게 몇 년 째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직 60도 되지않았으니 많은 나이도 아니라 생각하는데
문득 문득...내가 살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기억력이 영 신통치가 않네요.
아마 대략 15~6년 쯤 되지 싶네요...새 가정을 꾸린 지.....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같은 건 꿈도 못꾸고
그냥 원룸 단칸방에 살림만 간단히 시작했다가
남편이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이 또한 선명한 기억은 아닌데...아마 친모와의 사이에서 아이 양육을 두고 기싸움을 했던것도 같고,
두 분 다 도덕적문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내 자식은 내가 키운다..그런 이유였습니다.
청승맞은 신파 스토리는 빼겠습니다.
그냥 ....이 착한 아이를 왜 그리 6~7개씩 학원만 보내면서 키웠을까...안타까웠던 기억이 큽니다.
4학년이었나..5학년이었나...젓가락질도 못하고, 인사도 할 줄 몰랐습니다.
양치도 아빠가 해줘야했고, 머리감기..팬티갈아입기도 아빠가 다 해줘야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웃으며 말합니다..
'저거 저거 내가 사람 만들었지~'하면서 말입니다.
남들 앓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도 있었고, 담배피다 걸려 제가 담임선생님께 불려가기도 했습니다.
친구라고 데려온 녀석이
집에서는 절대 허락하지않았던 온라인 게임을 밤새 해서
결국은...게임하러 우리집 오는거면 오지말아라 했더니
저를 바라보던 그 친구녀석의 경멸어린 시선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새엄마라고 말했었던걸까요....
여차저차 성장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도 잘 다녀왔고
직장을 다닐정도로 성장한 아들과
종종 연락도 하고 명절이며 생일이며 어버이날도 챙겨주더라고요...반듯하게 잘 자랐고
여전히 착하고 이쁩니다.
얼마전 긴 통화를 했습니다. 한시간도 넘게 통화한것같습니다.
약간 세심한 구석이 있어서 남편인 친아빠보다는 거의 대화가 없는데
저랑은 긴 통화를 곧잘 하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유난히 길었습니다.
갑자기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저더러....
살면서 종종 느꼈다면서...참 대단하시다고...
어쨌든 피 안 방울 안 섞인 남 아니냐고....
수줍고 내성적이어서 표현 잘못하던 녀석이...
제 나름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울컥....했어요.
잘 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 녀석이 알고 있었구나....
그러면서....그 원룸살때..가...
돌이켜보니 그 때가 제일 좋았던것 같다고....
그 말을 되새기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친엄마 찾아가서 결국얼마 못살고...
지금도 아마 티격태격 하는 모양입니다.
그 엄마도 참 선한 사람인걸로 아는데....가족끼리야 누구나 티격태격하는거니까
혼자인 엄마한테 말 이쁘게 해라.....하긴했는데
부모복 없어 외롭게 자란것같아 또 마음 아픕니다.
얼마전 이사를 하다 발견한
그 당시 출근하면서....써놨던 제 메모들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잘 다녀왔니? 손 씻고 냉장고 속 과일이랑 우유 먹어라...'
'우산 펼쳐서 말리고, 학습지랑 글씨 두 장 써라..'
'퇴근하면 빨리 올테니 울지말고(농담) 문 잠그고 간식먹고 있어라' 등등
20년 가까이 된 메모들을 모아둔 것도 신기하고
새삼...초등생이었던 아들의 모습과 잘 커 준 지금이 뭉클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친모와의 갈등을 얘기하는데...들어보니....그 또한 그 분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선한 사람이어서 생긴 문제였기에
어린 나이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일은 안스럽고 가슴아프지만
그나마...
그나마....이만하길 다행이다....싶은...합리화도 해 봅니다.
그 때가 제일 행복했다는 그말은...
삶이 그만큼 고단하고 녹록치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겠지 싶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짧지만 그런 순간이라도 기억에 있다니 참 감사합니다.
헌 것 보다는 새 것이 좋지않느냐..
새엄마 괜찮지 않냐....하고 농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들도 나이앞자리에 3이 붙기 시작합니다.
세상의 새엄마 새아빠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의붓자식에세 넘치게 사랑을 준 게 있다면 아이 혼내키고 나무라도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새 가족이 되어...
버릇들인다고 나무라고 ...애들 잡는거 하지마세요.
무슨 기준이었는지 모르겠으나...저는 그놈의 '잘 키워야지'노이로제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의도는 좋았지만...엄했던 부분은 후회가 됩니다.
'나도 새 엄마가 처음이어서 ...네게 상처 많이 줬을꺼야.
그래도 난 네가 항상 조카같고 ...이뻤다...'진심으로 사랑한다.....
너무너무 고맙다...
---------------------> 덤덤히 쓰고 싶었는데...결국 신파조로 흐르네요.
자랑할 곳이 없어서 익명 빌려 써봅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팔자니...어지간하면 악플은 달지 말아주세요 ㅎㅎㅎ
낳아준 부모보다 잘키우신거 같네요.
꼭 효도 받으시면서 남은 인생 즐겁게 사시길요.
새 아이는 안생겼는지요?
대단하십니다.늘 행복하고 주무실때 걱정없고 일어나선 기분좋은 그런 날들만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 무게를 저울질하는것도 참 어리석은일이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알고있습니다.
내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자식을 키우는게 훨씬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이란걸.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걸.
수고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키운정입니다.
행복한 명절 되시길
세상이 흉한거 같아도 당신같은 분들이 있어
마음이 든든해 집니다.
존경스럽고, 대단하십니다.
제가 여사님 같은 엄마를 만낫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추석 명절 잘보내시고 두르두르 평안 하시고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여사님 존경 합니다
저도 재혼가정 이였네요
울엄마 하늘나라에서 아들 잘 보고 있어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착하게 사셨쓰니 복받으실겁니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이제 사랑 주신 만큼 효도 많이 받으시며 더더욱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엄마 는 당신 이 십니다.
그동안의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읽는 내내.....대단하신 말로 다 할 수 없는 맘이 들어요.
저는 주위 사람들 많고, 측은지심 많은 사람이지만, 아이에게 그 맘 다 할 수 있을까 떠올려 보면, 자신있게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녀 분이 그 맘 모를 수도 없겠지만, 살다보니 저렇게 마음 표현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보니, 글쓴님께 그 마음이나마 전해서 다행입니다.
행복하세요. 오래오래...
전부다 읽었습니다..
마음 찡하네요 멋지십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