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지원 의사가 없다는 뉴스를 가끔 접하게 되면,
1년 2개월 전에 있었던 아들의 사고에 관련하여 아찔했던 경험의 기억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소아과 의사 부족 현실과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어떤면에서는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이 글이, 아주 어린 자녀를 육아 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작은 공감과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몇 글자 적어 봅니다.
미리 요약 하자면,
1. 영아(36개월 미만 기준)는 진료 시간이 끝난 저녁 시간 이 후에는 봉합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이 극히 적다.
2. 무조건 성형 외과 의사만 봉합할 수가 있다.
3. 성형 외과 의사들도 36개월 미만은 전부 거부한다.
4. 돈 안되고, 고생하고 맘상할 것 같은 환자는 무조건 피하고 본다.
5. 맘 카페의 물어뜯기식 보복글도 이런 상황을 만든 부분에 분명 영향이 있다.
6. 응급실이라는 긴급 의료 센터도, 급하다고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7. 아이들의 사고는 무조건 100% 부모의 부주의에서 발생한다.
8. 전화 받았던 응급실 여 간호사, 당신 자식이었어도 그렇게 말할건가?
일단 서식지는 천안 입니다.
새로산 유모차를 택배로 받았고, 작은 방에 들어가 홀로 뜯고 조립하고 관찰하고, 그렇게 유모차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28개월의 아들은, 거실에서 와이프와 놀고 있었고요.
그러던 와중에 어느새 제 옆에서 아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 깜짝놀라서 쳐다보니, 제가 쓰고 바닥에 잠시 놔눴던
공업용 커터칼(굵은)을 쥐고, 한 손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더군요.. 칼 날을 전부 다 빼서 한숨으로 움켜쥔 상태로
칼날을 뺐나 봅니다.. 그렇게 손가락 네개에 가로로 베이며 모두 뼈가 보일정도로 벌어졌습니다.
옆에 온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칼을 둔 제가 죄인이었죠. 일단은 급한 대로 응급 처치하고,
속옷 위에 반바지 하나만 빨리 입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밤 9시....
출발과 동시에, 모 대학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28개월 아기인데, 칼에 베였다. 뼈가 보일 정도로 벌어졌고,
지혈이 잘 되질 않는다. 설명을 했고 지금 바로 봉합 수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1. 대학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는, 퉁명 스럽게
"2~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요" 라고 답을 했고, 저는 정중하게
"지금 지혈이 안되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라고 물으니, 굉장히 친절하게
"선생님, 선생님 아이만 환자가 아니잖아요" 하고 뚝 끊어 버리더라구요.
(후에 해당 응급실 검색해 보니, 친절함으로 이미 유명하더군요. 하지만, 아픈 아이를 옆에 두고 화를 낼 여유는 없었기에 참았습니다.)
2. 또 다른 천안 지역의 대학 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응급실 운영을 안한다고 했고, 일반적인 대응도 불가능하다고
답변 받았습니다.
3. 신불당 지역에 정형외과 한 군데가 아직 진료중이기에 이동하면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아이가 28개월이라서 봉합 수술이 불가능하니 응급실로 가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미 응급실 모두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받은 상태인데...
4. 또 다른, 정형외과에 전화를 걸었더니, 일단 아이 상태를 보자는 말에 즉시 달려 갔습니다. 전문의는 아니고,
인턴이라고 소개를 하셨고,
아무래도 많이 어린 아이들은 몸부림이 심해 수면 마취 후에 봉합 수술을 하는게 일반적인데, 지금 수면 마취도
불가능할 뿐 더러, 28개월은 수면 마취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지혈되는지 보고, 간단한 조치 후에 내일 아침 일찍, 대학 병원 소아 센터로 가라고 하시더군요.
하.. 그날의 기억은 정말 아찔 합니다. 과거 운동 선수로 15년간 살아오면서 뼈 부러지고, 살 찢어지고, 성한 곳 없이 많이 다쳤어도,
마음이 아팠던 적은 없는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아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찢어지더군요.
더군다나, 이렇게 아파하는데도 당장 치료를 할수 있는 곳이 없다는게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다른 지역 응급실에 전화를 걸어보려는 찰나에,
인턴께서 지금은 다행히 지혈이 되었으니 내일 아침에 이동하셔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일단 집으로 복귀 했습니다.
울며 잠든 아이를 한참 보면서, 혹시나 잠결에 피가 다시 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에 한숨도 못자고 밤을 세웠습니다.
5. 기상과 동시에, 어제 그 친절했던 대학 병원의 소아 센터로 달려갔는데, 또 봉합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성형외과 선생님이 없답니다. 성형외과 의사만 봉합을..???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대화를 시도 했지만, 결국 방침이랍니다. 아이들 봉합 수술은 무조건
성형외과 의사만 해야 한다네요.
(이건 제 뇌피셜인데, 아이들 흉터 남는 부분 때문에 부모들의 클레임이 잦아서 인가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6. 평택, 세종 모두 진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받지 않았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저한테는 받지 않는 병원에 다시 전화를 걸어 상담 대기할 시간 조차 없었지요.
7. 천안 전 지역, 성형외과에는 모조리 전화를 걸었습니다.
모두 28개월 영아는 봉합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8. 그러다가 우연히 지인을 통해 딱 한군데 봉합 수술을 해줄지도 모른다는 성형 외과를 한 군데 소개를 받았고,
너무 급해서 일단 급히 내원해서 사정 사정 했더니 원장님께서 일단 해 봅시다로 받아 주셨네요..
상처가 매우 깊다, 신경, 힘줄 등등 끊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보다 일단 봉합을 해야 한다. 추후 상처가 아물면,
꼭 큰 병원가서 MRI를 찍어 상태 확인을 해 보셔라, 봉합은 내가 해 주겠다. 하지만, 수면 마취는 불가능하다,
보호자께서 아이가 못 움직이도록 해 줘야 한다. 라고 해서 급히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수술대로 이동 했습니다.
그렇게, 수술대에 눕고, 아이 몸을 고정 시키는 망을 두르고, 제가 수술대 위에 올라가서 아이의 팔과 상체를
붙잡았습니다. 수술은 시작이 됐고, 아이가 좋아하는 *튜브의 영상을 와이프가 옆에서 틀고 계속 말을 시켰습니다.
바늘이 들어갈 때마다 몸부림 치며 악!! 소리 지르다가도 *튜브에 좋아하는 영상 나오면 또 헤헤 거리고 웃고 울고의
반복.. 30분간의 봉합 수술을 끝으로 붕대로 칭칭 감고 일어섰네요.
안도의 한숨만 나왔습니다. 추후에 불법 주정차로 주차 위반 고지서가 날아왔지만, 전혀 아깝지도 않았습니다.
평소엔 냉정함을 잘 유지하던 저 조차도 아이의 아픔에서 무엇이 아깝고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조차도 머릿속에
떠오를 가치도 여력도 없을 정도로 마음이 너무 급했으니까요.
그날의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공업용 커터칼을 쓸때마다 바닥에 내려놓는게 아닌 쓰고 다시 높은 곳에
올려 두는게 습관이 되었고, 더불어 상처를 발생시킬 만한 모든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구요.
상처가 아물고, 큰 정형외과 방문해서 아이의 신경 등 체크해 봤는데 다행이 별 문제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손으로 5살이 된 지금, 저만 보면 물건을 집어 던지는.........
그래도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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