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도통 녀석의 생각에 쉽게 잠이오질 않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사진이 다소 혐오감을 일으킬수 있다 생각하여, 모자이크 처리를 해두었습니다.
이점은 양해부탁드립니다.
세월앞에 장사없다고... 나름대로 꼼꼼하게 관리하고 탄다했던 세컨카의 전기계통 트러블이 발생하여
경기도 양주에 같은 학교를 졸업하신 형님들이 오픈하신 튜닝샵으로 간단히 손볼겸... 찾아갔습니다.
바쁜데도 기꺼이 자리와 공구를 빌려주시며, 담배값조차... 지금 쉬고있는 동생의 담배값이나 하라고
사양하시는... 제가 정말로 좋아라하는 형님들이 운영하시는 샵으로 찾아갔습니다.
H4벌브의 소켓이... 지나치게 높혀버린 배터리때문인지, 아니면 세월앞에 장사없는 플라스틱의 사용
수명의 초과때문인지, 녹아내린게 원인이라... 장안평에서 구입한 소켓을 연결해서 수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같이 영화한편을 보면서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1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1시 39분... 축석고개 삼거리에서 민락지구로 내려오는 내리막길...
몇번이고 지나다닌지라 익숙한 이길... 내리막의 끄트머리에 있는 과속카메라를 의식하며 속도를 줄이고.
카메라를 통과후 나오는 삼거리에서...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있는 이 아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여기서부턴 넋두리에 가까운... 고양이에게 말하는 식으로 바꿔서 써 내려가겠습니다)
평소같으면 바쁘다는 핑계와 약간의 혐오감이 들어서 지나가던 로드킬이였을텐데... 룸미러에 비춰지는
너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오늘은 너무 추웠다.
오지랖의 발동인지, 할일없는 잉여의 '측은함'이 발동했을지 모르지만... 참견쟁이로 유명한 나는 바로
차를 멈추고 내려버렸다.
검은 고양이 한마리... 잠깐동안 멍하니 녀석을 바라본다.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과, 말라버린 핏자국... 두부부터 짓눌려 세상을 떠난 너를 바라본다.
아마... 나처럼 차를 타고가는 '인간'에 의해 너는, 너자신도 원하지 않았던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겠지...
오늘은 웬지 평소보다 더 가슴이 답답했다, 이 차가운 바닥에... 이 추운날씨에... 하필이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너를 도로에서 옮긴다.
도로위에서 인도 옆의 풀숲에 내려놓은이후...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너를 감싸줄 무언가와, 너를 쉬게해줄 자리를 찾아 열심히 생각한다.
일단 너를 남겨두고 나는 차에 올랐다.
차를 거꾸로 되돌려, 오르막 중턱에 있는 제설함에서 너의 묫자리를 만들어줄 삽을 찾아봤지만...
헛수고... 아직도 그자리에서 누워있는 너를... 차라리 도로위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것보단 낫지 않을까...
그정도만 해주어도... 모르는척, 본의아니게 너를 밟고 지나가는것보단 나은거 아닐까하고...
순간이라도 그냥 지나치려했던 나를 욕해도 좋다.
되돌려 내려오는 순간... 길가에 놓인 너를 덮어줄 '그것'을 주워올려, 나는 다시 너의 앞에 멈췄다.
차마 그냥 지나갈 자신이 들지 않았다, 이미 나는 너를 들어올리는 순간... 네가 가지고 있었던...
'생명의 무게'를 느꼈으니까.
자신이 없다, 너를 죽게한... 혹 나일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넌 아마 원망하겠지...
미안해, 미안하다, 미안해, 미안하다... 같은 '인간'이자 '운전자'인 나를 차라리 원망해다오...
모자라나마... 차갑게 굳은 너를 덮어, 나는 반대편의 산기슭을 조금 올라갔다. 너를 쉬게해줄
나무아래의 구덩이를 찾아내어, 너를 내려놓는다...
너를 내던지듯 놓았지만... 미안하다, 그것이 내가 할수있는 최선임을 이해해다오...
너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차마, 드러나있는 그 구덩이를 그냥 보고갈수 없어서...
주위에 놓인 나뭇가지를 몇개 꺾어... 너를 덮었단다.
차라리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할까, 이미 수많은 로드킬을 보아왔고, 나 자신도 로드킬을 경험했던지라
이렇게 하면 마음이 편할까 싶었는데...
왜인지,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런말은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그순간 내가 들어올린건.
단지 로드킬로 죽어버린 한마리의 고양이가 아니라.
생명의 무게였다, 생명체가 힘겹게 살다가 떠난 그 무게였다.
미안하다 고양아...
차라리 나를 원망해다오, 그리고 편히 쉬어다오... 다시 태어나면, 이런 비참한 죽음을...
영하의 날씨에 당하는 네가 되진 말아다오...
네가 떠난 흔적... 혹 누군가가 '여기서 무언가가 있었는가' 라고 생각할까.
나는 애써, '너'라는 하나의 생명이 이 자리에서 사라져갔다고...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두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기 힘들었던, 너의 몸을... 그래서 찍었다.
네가 떠난자리... 네가 쉬게될자리... 그래서 셔터를 눌렀다.
몇번이고 내가 지나다닐 이 길에서... 네가 떠났음을 기억할꺼다.
안녕... 작은 고양아.
P.S-
주말의 시작부터... 우울한 글을 읽게되셨을지도 모르는 보배님들에게... 죄송합니다.
그냥 가슴이 너무 먹먹해서 써봤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분들... 안전운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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