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차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저녁먹고 유유자적한 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거겠죠. ^^
차를 좋아하는걸로 시작한게, 어느순간엔가 '차를 타는 사람을 좋아하는'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차를 타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서, 그사람과 즐겁게 얘기하며 떠드는것.
혹은 같이 차를 만지고, 같이 타고 달리면서 차에대한 이야기를 하는것.
달리는 즐거움도 여전하지만, 이제는 차를 타는 사람이 좋습니다 ^^
그렇게 차를 타는것으로 만나게 된 인연들과 일산에 있는 샵에서 커피마시고 떠들고 놀다가,
오늘 새벽3시를 넘겨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습니다.(사정상 지금은 쉬고있는지라..ㅎ_ㅎ)
외곽순환선에서, 오랫만에 좋은 노면조건이다 싶어서. NB8C로드스터의 최고속을 한번 찍어보겠다며
개미한마리 보일것 같지 않은 고속도로를, 노멀 X80Km/h를 꺾고, Y영역대로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패산터널은 내리막이죠... ^^ 대충 6단진입후에 6900rpm정도에서 굳어있었으니...
기록한 속도는 Y27Km/h정도입니다, 심장떨려 죽는줄 알았네요 ^^)
기특한지고... 1.8에, 압축비 9:1 스포츠인젝션이 들어간 노멀엔진에 흡기필터만 바꿔놨는데도,
소프트탑이라는 빈약한 바디를 가지고도 Y영역대에서도 곧잘 달려주는게 기특했습니다 ^^
외곽순환선에서 내려와서, 동부간선도로로 차를 올리고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조금전의 Y영역대의 주행이 몸에 남아서 그런지...
몸이 너무 뻐근해서, 담배하나를 입에 물고 같이 타고있는 선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동부간선도로를 달리는데.
창동교 ~ 녹천교 사이의 구간이였습니다.
창동교쪽에서 진입하는 구간이 넘으면, 좌측으로 살짝 굽어지는 커브가 있는길인데.
중랑천쪽의 둔덕위에, 이상하게 비상등을 켜고 서있는 차가 한대 눈에 보였습니다.
비상등을 켰는지, 뭔가가 반짝반짝 거리면서, 눈이 잔뜩쌓인 풀밭둔덕위에 서있는 뉴EF쏘나타.
순간 움찔해서, '경찰의 이동식 단속인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고 있었는데.
올라가 있는 차가 보이는 근처의 10m정도... 어지럽게 널려있는 파편들-
교통사고였습니다.
슬쩍 지나치면서 보기에도, 좌측전륜휠이 통채로 차축으로 말려들어가 있었고.
운전석 도어쪽으로 심하리만큼 나무에 부딫치면서 밀려들어간 흔적.
얼핏보아도 작은사고 같아보이진 않았습니다.
'만약 운전자가 탈출했다고 하면... 저건 그냥 사고나서 세워둔건가?'
보통은 그렇다면, 이미 '도로의 헌터'(혹은 하이에나...?)인 렉카차가 와 있어야 하는데...?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어지럽게 흐르다가, 빠져나가야 하는 녹천교 출구쯤에서.
"형, 우리 저거 한번 확인해보고 가자"
선배도 심한사고인것 같다면서 차를 세울것을 권했습니다.
녹천교 출구의 초입쯤에 차를 정차시키고, 라이트와 비상등을 그대로 켠채 200m쯤 뒤의
사고현장으로 다가갔을땐, 그전까지 폐차장에서나 볼법한, 사고차의 모습이 너무나 '리얼'하게
눈앞에 보였습니다.
혹시...혹시...하면서 뉴EF로 다가갔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차안에는 운전자가 피를 흘린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에어백이 터지고 난 다음의 연기와 냄새가 심하게 났고.
운전석 도어의 헤드필러가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면서 운전자의 머리를 심하게 충격한듯 했습니다.
일단... 뭐라도 해야지! 뭐라도 해야하는데! 하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정신이 없고.
옆에 있던 선배에겐 서둘러서 119에 신고하라고 외치고, 저는 급한마음에 운전자의 어께를 두드리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차리라고... 아저씨 정신차리라고...
일단은 거칠게나마 숨은 쉬고있었지만, 사람이 '혼절'하거나 '의식이 없다'라는 상태의 경험을
해본적이 전무한지라.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건지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았습니다.
그저, 이사람이 여기서 만약에 의식이라는걸 잃게되면... 위험하다는 생각만 들었지요.
소리를 크게지르면서, 어께를 두드리면서,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외치는게, 사고운전자에게도 들렸는지 천천히 대답을 하기 시작합니다.
의식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왜 아직도 구급차는 오질 않는건지...
구급차가 오기전에 해야할 다른건 없는지, 놀라고 당황스러운 머리를 빠르게 굴려봤습니다.
그 사이에, 지나가던 택시 한대가 멈춰서고, 119와의 전화통화 이후에 구급차를 간선도로쪽에서 기다리던
선배와 뭐라고 얘기를 주고 받고 있었고, 복잡한 머리를 굴리다가, 일단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어락이 걸려있는지라... 문은 전부 열리진 않았습니다, 유리가 깨진 운전석 문을 통해서 어떻게 문을
열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운전자의 부상이있기 때문에 일단은 구급차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한건데, 아마도 그 멈춰선 택시가 전화를 한것인가... 싶었습니다.
구급차보다 빠르게 렉카가 왔습니다.
그것도 무려 세대나... 저 역시도 사고경험은 있어서 느끼는거지만, 렉카는 진짜 어마어마합니다.
진짜 무전을 스캔한다는게 사실일런지, 아니면 제보를 받고 달려온건지 싶은...
렉카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피를 잔뜩 흘리면서, 눈두덩이 윗쪽이 심하게 찢어져있는 사람을 구호할
구급차가 도대체 왜 안오는건지...
3시 48분에 신고하고, 하계동에 있는 노원소방서에서 출동한 차가 도착하기까지 약 10분정도 걸린것 같습니다.
그사이에, 운전자가 본격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저는, 이름과 집 전화번호를 물어봤습니다, 일단 의식이 돌아왔다면 그런것 정도는 기억할수 있을꺼라고...
머리이외에는 큰 부상이 없었던건지, 나중에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더군요.
외상이 심한 부상자는 '섣부르게 움직이면 안된다'라는, 군대에서 배운 '구급법'이 생각나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만, 어느정도 의식이 돌아와서인지... 운전석으로 내릴수 없게되어버리자.
조수석으로 직접 건너가시더군요.
일단은 밖에서 도어락을 풀라고 말하자, 도어락은 먼저 풀었습니다.
조수석 문을 열고, 일단은 '그대로 있으라'라고 말해줄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랄까... 왼쪽 이마에 심한 출혈...
119 구급차가 오고, 대형트럭도 한대 오더군요.
도어를 절단해야하는거라고 생각했는지, 도끼와 절단기도 준비해서 오려고 하더군요.
조수석 문으로 넘어왔으니, 그런거 됐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빨리 사람을 꺼내라고...
운전자가 의식이 있는채로, 그렇게 구급차에 태워져서 떠나는걸 보고난 다음에야.
한숨을 돌릴수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 사고조사를 하러 현장에 온 경찰도 있었지만.
의문투성이였습니다, 뭐라고 어떻게 얘기하기도 어렵고... 어째서 나무기둥에 운전석부터 부딫치면서
사고가나게 됐는지...
이유를 생각하자면 끝도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운전자가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집에 도착해서 이불을 덮고 잠들려고 하는 순간에, 심하게 파손된 차안에서 거친숨을 몰아쉬는
운전자의 모습이 기억났습니다.
그, 파손된채 비상등만이 깜빡이던 차안에 있는 사람이.
언젠가, 내 친구, 내 가족, 내 지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면안되는 생각이지만 소름이 쫙 돋아올랐습니다.
만약, 그 혹한의 추위속에서, 피흘리고 의식을 잃는사람이... 모르는척 지나갔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지를
생각하게 되니... 추위속에서 약 40분을 떨면서 눈밭위에 서있었지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사고가 날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누구나 사고를 볼수 있을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분들도, 지나가는길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차를 안전한곳에 세우고 한번만 뒤를 돌아봐주세요.
날이 많이 풀리긴 했다고 하나, 아직도 군데군데 밤만되면 동결되는 노면이 많고.
눈을 다른쪽으로 밀어치워놔서, 눈덩어리에 차가 미끄러지기 조건이 많습니다.
다들, 겨울만큼은 안전운전하세요 ^^
끝으로, 뉴EF쏘나타 운전자분의 쾌유를 빌어봅니다.
우리모두 따뜻한 피가 통하는 사람이기에
남의 위험과 불행을 그냥 지나칠 수 가 없는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가 쉽지않은 세상인데...
꼭 좋은일 많이 생기실겁니다~ ^^
2010년 대박 나시길
훌륭한일 하셨다능~
추운 날씨에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작지만.. 추천드리고요)
모른척하는 사람들 태반이죠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