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하듯 쓰는 글 입니다.
내 나이 40대 중반, 난 05년식 ㅈ구형 오피러스를 탄다.
내가 이 오래된 차량을 교체 하지 않는 이유는
첫번째 돈이 없어서 이고
두번째는 카오디오 때문인거 같다.
여름 휴가를 이용해 꼬박 3박4일 밤낮으로 풀방음 작업을 했고,
손가락에 물집 잡혀가며
도어 베플 작업 했고
수 많은 바꿈질과 시행착오 끝에 자리잡은 유닛들은
꽤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준다.
내 모든 정성이 고스란이 녹아 있는 차량이라
애착이 많이 가서 쉽게 바꾸질 못한다
물론 돈도 없다.
2000년대 현대/기아 차량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완성형의 뉴엣지 디자인과
세계적 수준에 이른 인테리어는 뭔 소리야
부식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 기아차의 기함 이었던 내 오피러스도
이 부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으니
이제 더 이상 눈 뜨고 쳐다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차량 구매할때 받았던 오피러스 고객 전용
"후리미엄" 서비스 카드도 부식은 쌩까더라.
"이제는 부식수리 해야 될거 같아
카드로 하면 120인데 현금이면 100에 해준대.
100만원 줘"
금액을 구라쳐서 와이프 한테 말했다.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와이프는
"오빠, 이 차 오래 탔으니 더 이상 돈 쓰지 말고
이번에 차 바꾸자"
엇? 이게 웬 횡재 인가
스팅어3.3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와이프가 말을 이어 갔다.
"근데 조건이 있어, 지금차에 있는 오디오 다 정리하고
이제 다시는 오디오 안 한다고 약속해라"
카오디오 안 하는 사람 이라면
당연 콜~ 하겠지만
우리같은 환자 들에게 오디오 하지 말라는건
마약중독자의 금단 현상과 비슷 할 정도이다.
아... 내 20년 취미생활을 여기서 접어야 하나
고민 되었지만 그러겠다고 약속 했다
하나하나 뜯어내서 팔았다.
중고장터에, 알고 지내는 오디오샵에, 동호회에.
마지막 까지 팔지 않고 간직 하고 싶었던
AK240을 동호회 후배 한테 넘기며
"이 아이 잘 부탁 한다" 라는 말을 남겼던 어느날 저녁
기아차 홈페이지 에서
판테라 메탈이 좋을까, 스노우 화이트펄이 좋을까..
아냐, 이참에 독일차로 넘어 갈까
생각하며 므흣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와이프가 신용카드 하나를 툭 던진다.
"오빠, 이걸로 차 고쳐"
읭??
지금은 차 바꿀때가 아닌거 같아.
고쳐서 딱 1년만 더 타라"
오디오는 순정이 되었고
작업은 졸라 잘 됐네 쓰벌
와이프에 대한 반항심으로
멀쩡했던 본넷도 칠해버렸다.
나 이런 남자임
결국 오디오 팔아서 차 고친거잖아
뭐여 이게
이 모든게 와이프의 치밀한 작전 이었는지
현실을 반영한 현명한 선택 이었는지 모르나
와이프,,, 너란 여자...
유부남 이라면 추천 한번씩 눌러주고 가자
이건 유부남 끼리의 의리다
이런 큰그림은 절대 그냥 나올 수 없죠 ㅎㅎㅎ
그래도 알콩달콩 보기 좋으십니다..행복하세요.
차는 바꿨는데 뒷이야기를 쓴다는게 벌써 7년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조만간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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