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선로는 외주업체가, 차량은 코레일 직원이 정비 점검...자칫 대형참사날 뻔
탈선한 KTX ⓒ뉴시스
경영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무리하게 추진된 철도의 외주화로 인해 대통령 전용열차가 선로에서 탈선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은 철도와 지하철 같은 대규모 운송수단의 무리한 외주화는 대형사고를 초래할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찔했던 KTX 탈선사고, 문제는 선로 정비 업무의 외주화
지난 2월11일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탈선 사고는 선로전환기의 정비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당시 선로전환기를 제어하는 컨트롤박스의 보수를 코레일의 외주업체 직원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14일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1일 새벽 0시부터 4시 사이에 코레일이 위탁한 외주업체 직원이 광명역 부근 일직터널 내에 설치된 선로전환기 컨트롤박스에서 낡은 케이블 등을 발견해 보수 작업을 했다.
외주업체 직원은 사고당일 선로전환기 컨트롤박스에서 낡은 케이블과 함께 7mm 너트 등도 교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너트 등의 조임새에 문제가 발생해 선로전환기 이상 작동이 일어났고, 코레일 직원이 재차 보수에 나섰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KTX의 탈선이 일어났다는 게 현재까지의 대략적 사고 경위다.
국토해양부는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철도 운행의 안전과 직결된 선로전환기의 컨트롤박스를 외주업체 직원이 보수하는 것 자체가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코레일 직원이 담당하는 기존선과 달리 KTX는 지난 2004년 개통 당시부터 선로 정비를 대부분 외주업체에 맡기고 코레일 측은 관리감독만 하고 있다. KTX의 경우, 열차는 코레일 직원들이 직접 정비하지만, 선로 정비는 외주업체 직원들이 맡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KTX 선로 정비의 경우, 개통 당시부터 일부 관리감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력을 외주화했다”며 “고속선인 KTX의 안전이 사실은 기존선보다 더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더욱이 코레일은 2009년 허준영 현 사장이 취임한 이후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2012년을 목표로 전체 인력의 15% 가량에 달하는 5115명을 감축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비와 시설, 전기 등 철도의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인력을 축소해 작업을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오래 전부터 “외주화와 정비 인력 축소 등이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해왔으나 코레일 측은 협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KTX 선로 정비 외주화 외에도 최근 전철로 개통된 경춘선을 비롯해 전라선 구례사업소 구간, 수도권 광역철도 덕소사업소 구간 등의 시설 유지W29;보수의 민간 위탁을 추진하다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의 반발을 산 바도 있다.
“대통령 전용열차까지 탈선하다니...” 국민들 충격과 개탄
특히 이번에 탈선 사고가 일어난 KTX 열차 10칸 중 3칸이 대통령 전용열차로 밝혀져 국민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만약 대통령이 실제 탑승하고 있다 큰 사고로 번졌다면 국가비상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대통령 전용열차까지 탈선하는 사고를 빚은 외주화 확산을 비판하며 안전을 중시하는 철도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철도 운행의 일주체인 2만5천 조합원의 마음을 모아 사과드린다”며 “철도공사가 강행해온 인력의 대폭 감축과 외주화 등 돈벌이 위주의 정책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도공사는 2012년까지 5115명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에 맞춰 유지보수 작업의 축소와 외주화 등을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해왔다”며 “기형적 인력운영과 무분별한 외주·위탁화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은 “외주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지만 노하우와 기술력이 축적된 공사 직원보다는 안전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문제가 생겨도 공사로 직접 보고할 수 없는 구조 때문에 보고가 누락W29;지연될 우려가 항상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또 다시 선로전환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정비 작업자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서는 안 되며 사고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철도시스템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백 국장은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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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급이자 발주처인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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