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최된 서울에어쇼에 세계최대의 여객기 에어버스 A380기가 선을 보였다. 처음 A380개발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동체 앞부분만 2층구조였던 보잉 B747점보기와 달리 동체 전부가 2층구조인 A380의 규모와 함께 기존 여객기에서 보지 못했던 초호화판 객실인테리어 디자인 때문에 A380은 세계최대의 여객기라는 타이틀과 함께 '날아 다니는 호텔', '꿈의 항공기'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니기 시작하였다.
* 싱가폴항공 A380 제1호기 9V-SKA, 2008년2월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촬영
- 직접 탑승해 보지는 못했고 싱가폴창이공항의 저가항공사터미날 옆에 주기한 것을 촬영한 것이다.
* 싱가폴항공 A380 두 대가 형님뻘인 A330 양옆에 서 있다. 2009년8월 싱가폴공항 제3터미날에서 촬영
2005년4월 A380이 처녀비행을 통해 외형이 공개되자 자연스럽게 보잉 B747에 비해 50%나 넓어진 '날아 다니는 호텔'을 어떻게 꾸밀까 하는 객실인테리어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2007년10월 싱가폴항공이 세계최초로 A380기를 도입하면서 더블베드가 깔려진 1등석좌석이 공개되자 과연 '날아 다니는 호텔'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어 에미레이트항공이 도입한 A380에는 일등석승객을 위한 샤워시설까지 설치되어 A380은 세계최대의 여객기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장 호화로운 여객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번 서울에어쇼에 참가한 A380은 객실인테리어까지 완성된 기체가 아니라 호화로운 객실은 볼 수 없었지만, 싱가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취항시키고 있는 A380을 각 항공사의 홈페이지와 탑승경험자의 얘기를 종합하여 '날아 다니는 호텔'을 살펴 본다.
* 싱가폴항공 A380 일등석, 좌석마다 문이 있어 좌석이라기 보다는 Suites 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 일등석좌석은 Full-Flat-Bed 방식으로 스위치로 쉽게 침대형으로 변환된다.
- 사진출처 (위/아래) : 싱가폴항공홈페이지 http://www.singaporeair.com
두 항공사가 채택한 일등석의 공통된 특징은 일등석 승객들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하여 좌석마다 슬라이딩도어를 장착한 파티션으로 둘러 쌓여져 있다는 점이다. 명칭도 First Class 라는 기존명칭 대신에 Suites 라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두 항공사 모두 일등석의 좌석배치는 한 열에 창가에 1석 씩, 그리고 가운데 2석 등 모두 4석 뿐으로 기존 일등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 침대형좌석이 아니라 침대를 깐 모습 (벽에 매트리스가 내장되어 있던 자리가 보인다.)
- 사진출처 : 싱가폴항공사 홈페이지 www.singaporeair.com
프라이버시가 최우선인 A380 일등석 Suites
가장 먼저 선을 보인 싱가폴항공 A380 일등석의 특징은 요즘 유행하는 일등석좌석인 침대변환좌석 (Full Flat Bed)가 아니라, 승객이 필요할 때 침대를 깔아 줄 수 있는 점이다. 침대는 좌석 뒷쪽 벽에 2단으로 접혀 내장되어 있으며 승객이 원할 때 승무원이 내장된 매트리스를 꺼내어 좌석 등받이를 제친 후 그 위에 펼치면 완벽한 Single Bed가 된다. 물론 승객이 직접 간단한 스위치조작으로 좌석을 침대형으로 변환시키면 엎드리거나 누워 독서를 하거나 23인치 대형모니터를 통해 기내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도 있지만, 집에서 처럼 깊은 잠을 청하고 싶으면 좌석에 비치된 기내잠옷으로 갈아 입고 침대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으니 정말 날아 다니는 호텔이 현실로 온 것이다.
* 일등석좌석의 슬라이딩 도어가 있는 파티션높이가 승무원의 눈높이 (1.5m) 가까이 된다.
- 사진출처 : 싱가폴항공사 홈페이지 www.singaporeair.com
싱가폴항공 A380의 상징, Double Bed Suites !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창가 쪽에는 좌석이 하나 뿐이지만 2석이 설치된 가운데 좌석의 경우 좌석 사이에 있는 파티션을 내리고 양쪽 좌석에 침대를 깔면 완벽한 Double Bed Room 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파티션벽 높이가 1.5m이니 방음이 안 되어 거친 숨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 이쯤 되니 항공사로서는 미쳐 생각하지도 못했던 고민이 생기게 되었다. 밀폐까지는 아니라도 사방의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더블베드까지 깔아 놓았으니 그 안에서 벌어 질지도 모를 일에 대해 걱정이 생긴 것이다. 급기야 싱가폴항공사는 A380 취항과 동시에 일등석승객한테 호소에 가까운 경고문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No Sex Please !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위해 일등석전용 승무원은 아마 신장 160cm 미만의 단신으로 배치해야 하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 싱가폴항공이 A380을 취항시키면서 기내에서 섹스를 금지한다는 안내를 하였다는 BBC 뉴스
A380기 일등석좌석의 럭셔리한 면에서 에미레이트항공도 뒤지지 않는다. 싱가폴항공과 마찬가지로 일등석좌석은 슬라이딩도어를 갖춘 파티션으로 둘러쌓인 개인스위트 Private Suite를 제공하는데 그 안에는 개인용 짐칸, 옷장, 화장대, 개인조명장치, 사이드테이블, 각종 음료수를 갖춘 미니바, 23인치 모니터 등 초호화판 시설이다. 의자에는 강도조절이 가능한 전동마사지기능도 있다.
* 에미레이트항공 A380의 일등석 Suites
* 에미레이트항공 A380의 일등석 Suites
- 가운데열 두 좌석 사이에는 개인용 mini bar, 개인사물함, 파티션박스 등이 가로 막혀있어
부부나 연인이라도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프라이버시가 강조된다.
(이 사진은 모든 칸막이 Partition을 제거한 상태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 슬라이딩도어가 부착된 통로측 파티션의 높이가 승무원의 어깨정도에 이른다.
- 사진출처 :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 www.emirates.com
구름 위에서 샤워하는 기분은 어떨까 ! ... 에미레이트항공
싱가폴항공의 더블베드룸에 맞선 에미레이트항공의 무기는 기내샤워실이다. 사실 탑승 후 샤워가 필요한 계층은 check-in수속부터 탑승까지 많은 승객들 틈에서 부딪겨야하는 일반석승객들이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샤워실은 대륙횡단노선에 500만원 이상을 지불한 비지니스석승객도 출입금지이며, 1000만원의 항공료를 지불하는 불과 14명의 일등석 승객을 위한 시설이다.
* 에미레이트항공 A380 일등석승객전용 샤워실 :
(사진 : 에미레이트항공 A380 홍보영화에서 캡쳐한 화면 captured images from www.emirates.com)
사실 일등석승객이야말로 집에서 출발하여 공항 check-in, 탑승절차까지 VIP 대접을 받는데 기내에서 샤워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남자승객들 보다는 귀부인들이 장거리비행 끝에 머리단장 및 얼굴화장을 하는데 인기가 있을 것 같다.
* 에미레이트항공의 칵테일라운지 : 비지니스클래스, 일등석승객전용이다.
- 사진출처 :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 www.emirates.com
'날아 다니는 호텔' A380은 비지니스클래스 승객들도 현실로 느끼게 된다. 보통 비지니스클래스에는 약간 경사가 진 침대형좌석이 대부분인데 두 항공사의 A380 비지니스클래스에는 웬만한 항공사의 일등석좌석보다 나은 완벽한 수평형침대좌석이 기본이다. 일등석 Suites와 같은 슬라이딩도어는 없지만 복도로 통하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낮은 파티션으로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그리고 두 항공사의 비지니스클래스좌석도 어느 좌석에 앉아도 곧바로 복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일등석과 같이 1+2+1 배열이다.
* 싱가폴항공 A380 비지니스클래스, 좌석폭이 무려 34인치로 가장 넓다.
(앞뒤 간격은 50인치로 좁지만 폭이 넓어 침대형으로 변환후 비스듬히 누우면 두 다리를 뻗을 수 있다.)
- 사진출처 : wikipedia
일등석 Suite에 싱가폴항공은 승객이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 중점을 두고, 에미레이트항공은 다소 컴팩트한 좌석의자를 제외한 부분을 각종 편의시설로 채운 컨셉이 비지니스클래스의 좌석에도 적용된 듯 하다. 싱가폴항공 비지니스석의 좌석의자 폭은 무려 34인치로 에미레이트항공의 의자 폭 18.5인치 보다 무려 두배 가까이 된다. 이 정도면 어른이 옆에 아이를 앉혀도 되고, 의자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도 여유가 있어 다양하게 편안한 자세를 갖출 수 있다. 반면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좌석의자폭은 18.5인치 이지만 좌석 옆에 대형테이블과 17인치 모니터, 각종 수납공간이 넘쳐 전체적인 좌석별 공간은 비슷하다.
* 에미레이트항공 A380 비지니스클래스의 독특한 좌석구조
- 좌석과 옆의 개인용탁자가 서로 엇갈려있는 구조로 보아 모든 승객이 통로 접근이 쉽게 하면서
공간활용을 최대한으로 늘린것으로 보인다.
- 사진출처 : 에미레이트항공사홈페이지 www.emirates.com
에어버스사가 A380 개발초기에 제시했던 객실인테리어
이렇게 두 항공사의 A380 일등석과 비지니스석을 살펴보면 과연 '날아 다니는 호텔'의 명성은 과장된 것 만은 아닌것 같다. 초기에 에어버스사에서 발표했던 객실디자인초안(Mock up Design)과는 다소 다르지만 어차피 에어버스사의 객실디자인은 다분히 세계최대의 여객기라는 타이틀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항공사로서는 공간배정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 에어버스사가 A380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공개한 실내인테리아도안 (Mock up Design)
- 사진출처 : 에어버스사 홈페이지 www.airbus.com
나도 '하늘을 나는 호텔' 자격이 있다 ! ... 싱가폴항공 B777-300ER, 에미레이트항공 A340-500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 타이틀의 임자는 A380이 틀림 없지만 그와 함께 A380에 따라 붙는 '날아 다니는 호텔' 또는 '꿈의 항공기' 등의 별명은 A380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여객기는 자동차와 달리 주문하는 항공사가 객실배열과 심지어는 엔진까지 지정하여 주문하는 주문생산제라고 한다. 싱가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의 '날아 다니는 호텔'의 시설이 똑같히 초호화판이지만 같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두 항공사의 A380에 설치된 시설은 동체규격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다른 기종에도 충분히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싱가폴항공의 경우 A380 비지니스클래스에 장착된 좌석은 B777-300ER 기종에도 채택된 것이고, 에미레이트항공의 일등석 Suites도 비슷한 규모로 초장거리용인 A340-500기의 일등석에 슬라이딩도어가 내장된 파티션을 갖춘 Private Suites 라는 이름으로 설치되어 있다.
* A380과 B747의 Maind Deck (아래층), Upper Deck (위층)을 일반석을 기준으로 비교한 그림
- 자료출처 : wikipedia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 A380과 그 타이틀을 빼앗긴 보잉 B747점보기, 그리고 장거리노선에 많이 취항하는 기종인 B777, A340을 비교하면 사실 동체의 폭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A380의 아랫층 Main Deck는 B747의 Main Deck 보다는 48cm 넓고, A380 윗층 Upper Deck는 보잉 B747 Main Deck 오히려 18cm 좁고 B777과는 불과 6cm 차이가 날 뿐이다. 싱가폴항공의 경우 Upper Deck에 비지니스석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정도는 보잉사의 B747은 물론 B777에도 충분히 장착할 수 있다. Suites의 경우도 B777은 몰라도 B747에는 가능할 것 같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는 Suites 와 비지니스클래스가 모두 Upper Deck에 있으니 이 정도라면 B777 기종에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기존의 기종에서 일반적인 개방형 First Class 일등석을 밀폐형 Suites로 상향시키는것 보다는 세계최대의 상용기라는 타이틀에 힘입어 다분히 이벤트적인 성격으로 A380을 '날아 다니는 호텔'로 꾸며 두가지 타이들로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이 싱가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의 A380이 아닌가 생각된다.
< 기종별 객실폭 및 좌석배열 비교 >
Aircraft Upper Deck Main Deck B777 n/a 5.86m (3-3-3) B747 (3-3) 6.10m (3-4-3) A330/340 n/a 5.28m (2-4-2) A380 5.92m (2-4-2) 6.58m (3-4-3)
... 다음 편에는 일반석을 기준으로 A380의 또 다른 면을 살펴봅니다.
자료출처 : Backpacker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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