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의 국제선을 이용하였다. 사실 국적항공사들은 외국항공사에 비해 요금이 비싸고 내가 주로 여행하던 곳이 대한항공이 취항하지 않는 도시가 많아 자연히 외국항공사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번에는 주말을 이용하여 타이베이를 다녀오는데 마침 중화항공이 금요일 근무를 마치고 당일 밤 타이베이로 갈 수 있는 야간항공편이 있어서 중화항공으로 예약하였다. 그런데 고맙게도 귀국편이 대한항공편을 이용하는 공동운항편(Code share)이다. 탑승할 기종은 에어버스 A330-300으로 대한항공의 홈페이지에서 조회하여보니 새로 인테리어를 바꾼 신기재로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물론 일반석도 AVOD(주문형기내오디오/비디오시스템)를 갖춘 New Economy 신형좌석이 장착된 것이다.
* 대한항공 A330-300 HL7524, 기령이 10년 이지만 최근 객실인테리어를 신기재로 개조하였다.
사실 항공업계는 예전과 비교하여 구름 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은 좌석조작방법이 기계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고 좌석도 침대로 변환시킬 수 있을 정도로 좌석공간이 넓어졌지만 일반석은 제트여객기가 소개된 이래 거의 변한 것이 없는것 같다. 그러나 오랜만에 일반석에도 주목할만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비록 좌석공간은 더 넓어지지 않았고 좌석등받이 작동도 여전히 전동식이 아닌 기계식이지만 전자산업의 발전과 생활환경의 변화에 편승하여 좌석마다 모니터가 달린 개인용 AVOD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 대한항공 A330-300, AVOD를 갖춘 New Economy 좌석으로 개조된 모습
외국항공사에 비해 국적항공사의 가장 큰 장점은 여유있는 일반석좌석피치(좌석앞뒤길이)였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항공사들은 일반석의 경우 31-32인치에 불과하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은 국제선에 투입되는 대부분의 기종은 무려 2-3인치가 넓은 33-35인치인데 새로 바뀐 기재애서도 이 원칙은 지켜지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특히 A380을 도입하면서 혹시 좌석수를 늘리기 위해 좌석공간을 외국항공사수준으로 줄이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최근 발표한바에 따르면 내년에 도입되는 대한항공 A380의 일반석에도 34인치는 지켜진다고 하니 덩치큰 비행기에도 31-32인치를 고집하는 외국항공사에 비하면 무척 고마운 일이다.
* 다른 항공사에 비해 넓은 대한항공 일반석좌석.
New Economy 좌석으로 AVOD를 채택한 때문인지 대한항공 A330의 신기재는 객실 뒷부분의 과감한 좌석배치에 변화가 보인다. 보통 뒷부분 동체폭이 좁아지는 곳에는 가운데 좌석이 4개에서 3으로 줄어드는데 대한항공의 신기재기종은 3개가 아니라 2개다. 4열이 이런 구조이니 좌석을 4개 더 설치할 수 있었지만 아마 앞좌석 등받이에 설피된 AVOD의 위치 때문인것 같다. 탑승율이 항상 100%는 아니지만 여름휴가철에는 좌석 하나가 아까운 마당에 대한항공이 승객들을 위해 산뜻한 인테리어에 과감하게 좌석 4개를 희생시킨것이 돋보인다. 보통 뒷좌석은 승객들한테 인기가 없지만 가운데열에 두 좌석만 있다면 어디에 앉아도 마음대로 통로출입을 할 수 있으니 최상의 좌석이 될 것 같은데 정확히는 57열부터 60열까지 D,E석이다. 특히 57D,57E는 통로가 앞좌석에 의해 막혀있으니 마음 놓고 다리를 옆으로 뻗어도 된다.
* 뒤에서 4번째까지 가운데좌석은 2개 뿐이라 장거리비행에 무척 편할 것 같다.
* 가운데좌석이 4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좌석열의 모습
신기재 New Economy 좌석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좌석마다 장착된 전원공급장치이다. 기내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려 해도 배터리 지속시간이 겨우 2-3시간이라 대륙간 장거리노선의 경우 한계가 있는데 이젠 시간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원소켓이 좌석 아래에 있는데 좌석팔걸이 정도의 위치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와는 별도로 등받이 모니터 옆에 USB 포트가 달려 있어 PMP, MP3, 디카 등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 (좌) 일반석에도 좌석 밑에 AC 전원콘센트가 있다.
* (우) 10.6인치 모니터 아래에 유선리모컨이 달려있고 그 오른쪽에 USB 포트가 있다.
- 10.1인치 넷북보다 실효스크린이 훨씬 커 보인다.
대한항공이 선보인 AVOD 시스템은 첫눈에 일반석에서는 가장 큰 사이즈의 모니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10인치 넷북보다 훨씬 큰 것 같다. 특별히 대한항공이 가장 좋은 것으로 장착했다기 보다는 다른 항공사들이 일찍 AVOD를 장착할때 보다 지금은 해상도가 좋아져서 대형화면이 가능해진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작년에 탑승했던 캐세이퍼시픽항공의 경우는 화면크기와 화질이 좋지 않았다. 유선리모콘의 위치는 보통은 좌석팔걸이에 달려 있어서 체격이 큰 승객은 리모콘의 착탈이 불편했지만 신기재의 리모콘위치는 앞좌석 등받이에 장착된 모니터의 바로 아래에 있어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 여러 항공사들의 AVOD 모니터비교 :
대한항공(KE) 아시아나항공(OZ), 캐세이퍼시픽(CX), 에어프랑스(AF), 인도킹피셔항공(IT), 에바항공(BR)
AVOD 시스템은 다양한 승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준다. 전에는 기내승무원이 조작하여 방송하는 영화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다. 오디오의 경우도 구형좌석 시스템은 클래식, 재즈, 가요 등의 장르별로 구분된 채녈을 통해 중앙에서 보내주는 음악을 골라서 듣는 방식이지만 AVOD 시스템에서는 마치 자신의 컴퓨터에 내장된 곡을 찾아서 듣는 것처럼 곡목선택이 쉬워졌고 수록할 수 있는 양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졌다.
* 대한항공 AVOD Air Show : 긍금할때마다 비행정보와 비행경로를 찾아 볼 수 있다.
구형기재의 A/V시스템의 경우 영화상영 중간에 비행정보를 안내하는 Air Show가 있었지만 AVOD 시스템의 등장으로 아무 때나 비행하는 현 위치와 목적지 도착시간, 목적지의 현재시간, 지도 및 항로 등의 비행정보를 알 수 있다. Air Shoe와 함께 여행에 도움이 되는 여행정보메뉴도 있어 기내잡지 또는 여행잡지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의 명승지, 풍물, 관습 등에 관한 정보가 제공된다.
* AVOD에 최신영화를 비롯하여 한국영화, 아시아영화, 고전영화, 할리우드영화 등 고루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 AVOD 시스템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최신영화, 한국영화, 할리우드영화, 고전영화, 아시아영화 등 고루 갖추고 있다. 디즈니음악만화영화인 환타지아, 모짜르트의 전기를 그린 명작 아마데우스, 나홀로 집에 등의 반가운 영화와 최신영화인 인셉션 등도 보인다. 그러나 영화팬들이라면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작보다는 잊혀졌던 고전영화에 더욱 눈길이 끌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중 한국영화 중에서 흑백영화인 "돌아오지 않는 해병"도 보인다. 1960년대의 영화이니 거의 50년이 된 영화로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인기가 높았던 영화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외에도 귀신잡는 해병, 5인의 해병 등의 해병영화와 빨간 마후라 등의 전쟁영화에 몰두하면서 막내동생이 어머니한테 '나는 군대 안갈래, 군대 보내지 마"하고 졸라대었단 기억이 난다. 물론 막내는 당당히 현역근무를 마쳤다. 그런데 아쉽게도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보니 화려한 은막의 스타가 천만원대의 양주를 포함한 뇌물사건으로 구속되는 모습이 오버랩이 되는 또 하나의 영상이 머리 속에 지난다.
*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한 장면, 故최무룡(좌)씨와 전성남시장 이대엽씨(우)
- 두 사람은 모두 은막에서 은퇴후 국회에도 진출하였다.
무엇보다도 AVOD 시스템의 장점은 영화를 보다가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영화를 보다 화장실을 가거나 기내식시간이 되면 산만해져 중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AVOD로 보는 영화는 마치 집에서 DVD를 틀어 놓는 것과 같아 원하는 대로 장면을 멈추거나 되롤리거나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
AVOD 시스템의 등장과 더불어 대한항공의 기내용헤드폰이 중정품으로 바뀌었다. 음질도 예전의 헤드폰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지만, 이정도 음질차이에 비하면 일회용으로 제공되는 헤드폰은 휴대가 간편하다는 커다란 장점을 갖고 있어서 나는 지금도 전철로 출퇴근하면서 MP3용 헤드폰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 일반석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헤드폰 하나 제대로 건사하기도 번거로울 경우도 있지만 휴대용은 간단히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 무엇보다도 증정품헤드폰의 등장으로 승무원들이 반길 것 같다. 도착지에 착륙하기 직전에는 면세품 마감하고 일일히 헤드폰을 회수하느라 절절 매는 것이 보기에도 안스러을 때가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한결 시간여유를 갖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국적항공사가 좋은 이유중의 하나는 기내식이 한국인승객의 입맛에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다. 특히 한국출발편 뿐만 아니라 귀국편에도 고추장을 제공하여 여행기간 입맛을 잃었던 경우 고추장튜브 하나로 복구시켜준다. 얼마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사건이 떠올라 승무원한테 기내식에 여유분이 있냐고 물으니 내가 선택한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줄 알고 다른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한다. 내가 아시아나승객이 기내식서비스를 받지 못해 항의한 사건을 얘기해주니 "승객기내식이 부족하면 승무원기내식이라도 제공해 드려야죠." 하는데 아마 문제가 되었던 오사카-인천 노선은 승객도 기내식먹기에 빠듯한 시간인데 승무원은 면세품판매까지 하면 기내식챙길 시간이 없어 아예 승무원기내식은 탑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대한항공 타이베이-인천 노선의 기내식 점심
AVOD 시스템에는 면세품판매안내도 있다. 주류와 화장품 등 기내면세품목이 모니터에 자세한 설명으로 소개된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내면세품이 점점 고가품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기내에서도 조니워커블랙, 쉬바스리갈 등 12년산 위스키를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죠니워커블루 등 18년산 이상의 고급위스키만 판매하고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항공사측에서는 제한된 공간과 무게를 감안하면 당연히 수익성이 좋은 고가품목을 판매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승개입장에서는 선택폭이 좁아들게 되어 새삼 입국승객을 위한 입국장면세점개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 모니터에서 AVOD 시스템으로 기내면세품을 찾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장거리 비행에도 기내영화 등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번 비행은 2시간에 불과한 짧은 비행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AVOD 시스템에 빠지게 되었다. 나도 이정도만 된다면 기내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좁은 기내에서 조작하기가 불편한 노트북을 꺼내야 하는 일은 없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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