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런던 히드루공항에서 베이징발 영국항공 BA38편 B777 기가 착륙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큰 인명사고가 없었지만,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사고이유는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밝혀지겠지만 기체가 파손된 상태를 보면 인명피해가 부상자에 그쳤다는 것이 기적에 가까울 정도라고 합니다.
< 보잉 B777, 고유가시대에 경제성때문에 많은 항공사들한테 인기가 있는 기종이라고 한다. >
이번 사고가 난 지점의 위성지도사진과 사고기 승무원들의 증언을 들으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사고기의 공항 진입로는 공항펜스를 따라 도로가 이어지고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사고기가 조금 만이라도 고도가 더 떨어졌더라면 공항펜스를 넘기기 전에 도로에 충돌하여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을 것입니다. 또 착지지점이 맨땅도 아닌 잔디밭이었기에 착지하는 순간 승객들이 큰 충격을 피할 수 있었고 무엇 보다도 도착지에 다와서 연료가 거의 소진되어서 그랬는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 BA 038 사고가 발생된 장소, 런던 Heathrew 공항 LHR >
- 이미지출처 : http://newsimg.bbc.co.uk/media/images/44362000/gif/_44362967_heathrow_wide_416.gif
< 사고기의 착륙예정경로와 사고경로 >
- 이미지출처 : http://newsimg.bbc.co.uk/media/images/44366000/gif/_44366154_heathrow_flight416x220.gif
현재 사고기의 조종사들에 의하면 착륙 40초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속도가 떨어지고 기체는 급강하 해서 부기장이 대처를 했지만 엔진이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기장은 부기장이 대형사고를 막는데 영웅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항공사도 사고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듯 승무원들의 민첩한 대처로 인명손실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오키나와공항에서 발생한 중화항공의 B737 화재로 인한 폭발 직전에 단 1분 만에 100명이 넘는 승객들이 대피하여, 기체는 대파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승무원들의 적절한 대처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아 영웅이 되었던 사고와 똑같은 경우가 된 것입니다.
사실 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승무원들이 얼마나 침착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을테니 두 항공사 뿐만 아니라 탑승객들의 입장에서도 무척 고마운 사람들이니 마음껏 자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 항공기사고전문사이트에 실린 사고기사 : 엔진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기사제목이 보인다. >
- 이미지출처 : http://www.airdisaster.com/news/article.php?id=21
이번에 발생한 사고기의 소속항공사나 기종 모두 그동안 좋은 평판을 받아 왔던 터라, 이번 사고가 주는 교훈은 "자만심은 금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PMT항공의 러시아제 AN24기의 추락사고와 인도네시아에서 연거푸 발생한 추락사고 등으로 일부 동남아시아의 영세항공사의 신뢰성문제와 노후항공기의 안전성 문제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사고기 소속 항공사는 유럽 뿐 만 아니라 세계에서 안전도가 높은 항공사로 인정받았던 영국항공이고 역시 사고기종인 B777도 1995년에 첫 비행을 시작한지 지금까지 무사고경력으로 높은 안정성을 인정받았던 기종이기 때문입니다.
< 유럽항공사들의 사고발생율 : 자료출처 http://www.airdisaster.com/statistics >
영국항공의 경우는 1976년 Zagleb 에서 다른 항공기와 공중충돌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고 이래 32년 만의 사고라고 합니다. 당시 사고기록을 보면 113명을 태운 아드리아항공의 DC-9 과 63명을 태운 영국항공의 Trident기가 Zagreb관제탑의 실수로 공중충돌하여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보잉 B777은 보잉사 기종 중에서 가장 최근에 개발된 모델로 비교적 세계의 주요항공사들로 부터 인기가 좋은 모델입니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는 엔진이 개발 된 덕택에 점보기와 맞먹는 덩치에 2개의 엔진을 달고서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4개의 엔진을 지닌 B747 이나 A340 보다 유지비용이 적어 경제성에서 앞선다고 합니다.
보잉사가 내세우는 B777의 자랑거리는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컴퓨터에 의해 완벽하게 이루어진 세계최초의 상용여객기라는 것입니다. B777기종에는 경쟁기종들인 A330, A340들은 물론 보잉 B747-400에도 채택하고 있는 날개 끝이 꺾어진 Wingtip (또는 Winglet) 구조가 없는 것도 날개설계가 처음부터 완벽하였기에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런 주장을 증명하듯 항공기사고전문사이트인 http://www.airdisaster.com 데이터베이스에는 에어버스 및 보잉사의 기종별로 소개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B777 기종의 항목만 없습니다.
< airdisaster.com 사이트에 소개된 사고기종별 리스트. B777 기종만 사고기록이 없었다. >
그렇다고 경쟁기종인 A330, A340 이 사고가 많다는 것은 아니고 B777과 마찬가지로 상용비행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없습니다. A330 의 경우는 14년 전 한 대가 시험비행중에 사고로 7명의 승무원이 사망한 사고는 있었습니다. A340의 경우는 3년 전 토론토공항에 착륙하던 에어프랑스 A340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기체가 대파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승객과 승무원은 전원 무사히 대피하여 인명피해가 없었고 작년에 중동의 한 항공사에서 주문받은 A340기가 툴루즈공항에서 시험비행중에 공항벽을 들이 받는 충돌사고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B777과 관련된 유일한 사망자는 2001년 미국의 덴버공항에서 급유중에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죽은 기록과, 가벼운 고장 등으로 인한 준사고(incident) 뿐 비행과정에서 발생한 사고(accident)는 없었다고 합니다. 큰 틀에서 본다면 A330, A340, B777 최신기종들은 대등한 안전한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단 한 번의 시험비행때의 사고기록으로 무사고의 타이틀을 B777이 보유하게 된 것 입니다.
어쨋든 B777은 컴퓨터와 디지틀시대에 가장 부응하는 기종이라는 자부심과 그 결과였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무사고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서양에서 꺼리는 숫자인 마의 1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 기사출처 : http://www.timesonline.co.uk/tol/news/uk/article1083073.ece >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며칠 전 방콕공항에 착륙 중이던 콴타스항공의 B747-400 기는 잠시 전원이 끊어지는 돌발상황에 처했다고 합니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찾아 본 사고기록에는 Airbus 기종에서 Electric Failure 현상이 7번이나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언젠가 주행중이던 자동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최근에 탑승한 신형기재들은 전에 비해 전기를 이용한 편의시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보게 됩니다. 비지니스석이나 또 일부 항공사의 경우는 일반석까지 전좌석에 전원소켓이 설치되어 있고, 기계식으로 작동되는 좌석은 전동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객실 내 스크린이나 천정에 달린 모니터를 통하여 즐기던 영화도 좌석마다 개인용 모니터를 통하여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기내 구석 구석마다 전선이 깔리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 일반석객실 : (좌) 기내 곳곳에 모니터가 보인다. (우) 신형좌석은 좌석마다 개인용 모니터가 있다. >
콴타스항공이 잠시 전원이 먹통이 되었다는 기사와 이번 사고기가 조종사의 엔진조작에 반응이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떠오르는 기사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중국의 베이징에 도착한 미국 워싱턴발 유나이티드항공기에 쥐 8마리가 무임승차를 했다는 것입니다. 기내에는 도처에 전선이 깔려져 있어서 쥐와 같은 설치류의 동물이 잠입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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