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철도의 구상
일본이 경부철도를 구상한 것은 조선 침략론이 대두되던 1880년대 부터이다. 일본군 참모부는 강화도 조약 체결이후 장차 도래할 조선의 식민지화를 대비하고자 밀정을 파견하여 조선내의 지형, 교통, 경제, 민심동향등을 조사했는데 이때 대륙침략의 방편으로 서울 - 부산간 철도 건설 및 한반도를 가로질러 만주로 향하는 종단철도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일본의 경부철도 부설론은 1890년대에 들어서 한층 구체성을 띄게 되는데 한 예로 일본군 참모차장 가와사키 소로쿠가 군수품과 병력을 부산에 상륙시켜 경성으로 수송할 철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외무성을 통해 부산 주재 총영사에게 경부 철도 노선 예정지에 대한 답사를 명령한 일이 있다. 이 명령에 따라 1892년 경부철도 노선 예정지에 대한 비밀 측량이 이루어 진다.
그후 일본의 철도 부설권 취득을 위한 노력이 행해지는데 1894년 6월 ‘노인정회의’에서 서울과 주요 항구를 잇는 철도 부설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사태가 여의치 않자 일본은 청일 전쟁 직전에 조선 정부 내각을 친일 인물로 교체하고 1984년 8월 20일 잠정합동조관을 강제로 체결한다. 이 조약의 핵심 내용은 조선 정부가 일본에게 경부, 경인 철도의 부설권을 잠정적으로 양도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부철도 부설권 장악
잠정합동조관의 체결부터 경부철도합동조약에 이르는 4년간 조선과 일본 정부는 경부철도의 부설권을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다. 하지만 잠정합동조관은 조선 정부가 경부철도 부설시 협약의 우선권을 일본정부나 회사에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일본의 입장에서는 철도 부설을 위해 별도의 조약이 필요한 상화이었다. 그리하여 ‘경부, 경인철도세목협정교섭안’ 이 1895년 일본에 조선 정부에 제출되는데, 이 안은 경부, 경인철도를 일본정부나 회사가 건설하고 철도 부지 매입비용을 일본이 조선정부에 제공한 차관으로 일본에 제공하며 일본은 이 부채가 모두 상환될때까지 경부, 경인철도에 대한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형식상 소유는 조선 정부이지만 실제 경영은 최소 50년간 일본이 장악하겠다는 내용인 것이다.
이러한 ‘세목협정안’의 체결은 곧 조선정부와 민중의 저항과 주변 열강의 간섭으로 처음부터 벽에 부딪힌다. 실제로 1894년 실시된 2차 경부철도 노선 답사는 주변 주민의 저항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1895년 5월에는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 4개국 공사를 통해 일본에 철도 이권을 독점적으로 양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조선 정부에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조선 정부는 세목 협정안을 거절한다. 때마침 삼국간섭과 명성황후 시해 그리고 고종의 아관파천으로 조선에 대한 일본정부의 힘이 날로 줄어들게 되자 조선 정부는 경인철도의 부설권과 경부철도 부설권을 각각 미국인과 프랑스인에게 넘긴다. 또한 고종이 열강들의 철도 이권을 위한 부설권 양도를 불허한다는 칙령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교섭은 중지된다. 기간 동안 서울 - 공주, 서울 - 목포간 철도 부설권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서울 - 원산을 요구하는 러시아의 제의도 거절한다.
조선과의 협상에 실패하자 일본은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먼저 경인철도의 부설권을 미국인으로부터 빼앗아 ‘경인철도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토대로 경부철도주식회사를 설립한다. 이때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점을 블라디보스톡으로 하고 이를 이용해 한반도 종단철도를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지선으로 삼으려 하던 계획을 청나라와의 파블로프 조약을 통해 여순 - 대련간의 남만주철도 부설권을 획득하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종점을 요동반도로 이전하려 한다. 이에 일본은 주변 열강의 개입이 시들해진 틈을 이용해서 다시 경부철도의 부설권을 정식으로 요구하게 된다. 또한 러시아와 니시 - 로젠의정서(1898.04)를 체결함으로써 경부철도 부설권 획득을 위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한다.
일본은 군사적인 방법으로 압력을 가해 잠정합동조약의 권리를 행하겠다고 협박하는 한편 이토 히로부미를 파견해서 고종에게 직접 경부철도 부설권을 요구하게 한다. 이러한 조치로 일본은 결국 ‘경부철도합동조약’(1898.9)을 체결한다. 그 내용은 철도부지의 무상 제공, 철도 용품과 영업이익에 대한 불가세, 완공후 15년간 일본측의 영업권 소유, 조선이 매수 할수 없는 경우 10년씩 연장, 교량에 사람과 선박이 통행할수 있도록 할 것, 궤간은 표준궤, 조선의 군수품, 병력, 우편물에 대한 운임 부가는 없을 것, 건설 노동자는 9할 이상을 조선인 노동자로 할 것, 3년이내 착공하여 10년이내 완공, 불가시 조약 무효, 제3국 양도 금지, 조선인이 주주로 참여 할수 있을 것 등이다. 하지만 이 조약중 조선측이 내건 조항은 거의 무시 된다. 결국 러일전쟁이후 일본은 경부철도를 국유화 시켜 버린다.
경부철도주식회사 창립 설명서 - 출처 :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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