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차 1호 '거물'
서양이건 동양이건 근대화로 상징되는 많은 것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은 단연코 레일 위의 기차일 것입니다.
기차라는 운송수단은 대량의 물자 교류는 물론 먼 곳까지 사람들의 왕래를 빠르게 하여
자본주의 산업화의 첨병으로 불리는 것이지요.
이러한 근대화의 이기인 기차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인 때는 1899년 즉 지금으로부터 110년전 이었습니다.
1899년 9월 18일 오전 9시 서울 노량진역에는 휘장과 깃발을 두른 증기기관 기차가 금방이라도
내달릴 듯 흰 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기차는 천지가 진동 할 만큼
큰 기적 소리를 내며 경인선의 시발이 되는 인천역을 향해 미끌어져 역사를 빠져 나갑니다.
바야흐로 한국 철도사의 첫 바퀴를 굴리는 순간이지요.
당시 이 기차의 이름은 ‘모갈 1호’였는데 모갈(Mogul)은 ‘거물’,‘거인’의 뜻이었지만 발음이 낯설어 사람들은
'모갈'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그냥 ‘불’로써 가는 화차라 하여 화륜거라 하였습니다.
개통 다음날 9월 19일 독립신문에 경인선 시승기가 실렸는데 일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경인철도 시공식 장면>
“...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수레를 각기 방 한칸씩 되게 만들어 여러 수레를 철구로 연결하여 수미 상접하게 이었는데,
수레 속은 상중하 3등으로 수장하여 그 안에 배포한 것과 그밖에 치장한 것은 이루다 형언할 수 없더라.
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닿는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경인철도 개통식>
미국인 모오스가 기공식과 더불어 야심차게 철도공사를 추진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경부철도 발기 위원회를 구성하고
경부철도 부설 문제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모오스로부터 뜻밖의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모오스가 자금 조달이 어려우니 경인철도를 함께 건설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지요. 일본은 이를 즉각 받아들여
경인철도 합자회사를 만들고 사장을 모오스 대신 일본인으로 하여 사실상 일본이 경인철도 부설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로서는 이들의 행위가 괘씸하였지만 그렇다고 자금을 댈 만한 사정도 되지 않아 그냥 묵인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개통식 때의 기차 모습으로 일장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있는데
바로 미국과 일본이 합자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개통당시 최초의 모걸 1호 기차>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 경인선은 하루 2회 왕복 운행을 하다 이듬해 4회 왕복을 증차하였고 한강철교가 완공된
1900년에 서울 서대문역까지 철길이 이어지면서 전구간 개통과 동시에 하루 5회 왕복으로 증차하게 됩니다.
<1900년에 준공된 한강 철교>
비싼 요금과 일본인에 대한 배척감정을 무마시키고자 경인철도 회사는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도 개선하였으며
선전에도 열을 올려 차츰 승객의 수가 증가하게 됩니다. 당시 경인철도 회사가 만든 광고를 살펴 보지요.
<경인철도회사 광고>
인천은 기차 타고 가시오”
지붕과 유리창 달린 방안에서 의자에 앉아
사방 풍경을 즐기며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인천항.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다 남의 일
마포나 용산 갈 시간이면 인천까지
동대문에서 남대문까지 인력거 탈 돈이면
인천을 왕복
- 경인철도 회사 -
<한국 최초의 기차 모갈1호 모형>
1899년 이땅에 첫 선을 보인 모걸 1호
그리고 경부선 융희호와 해방후에는 해방자호를 거쳐 1960년대의 통일호와 무궁화호, 재건호
1980년대 새마을호가 국토를 누볐으며 마침내 2004년 4월 시속 300km/h 를 내는 KTX까지
우리의 철도는 110년의 역사를 싣고 지금도 힘차게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 말미에 늘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문화는 그 시작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고찰되고 기록되어야 단절이 아닌 보다 나은 미래 진행형이 되어 왕성한 생명을 지니게 되는 것이지요.
@ 글: 홍남일(한국전통문화진흥원)
세상살이 엿보기.. | 죽마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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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 세계의 증기기관차 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에 실려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게시판에 비해 철도게시판은 서로 헐뜯는것도 없고 참 자유롭고 질서있는 분위기 속에서 잘 유지되어 온 게 기쁘네요 : )
한..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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