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중단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노사대화를 재개했다.
올 임협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노사대화가 노사와 노노 간 논란 속에 일시 유보됐다가 재개된 만큼 앞으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노사대화 재개…무슨 내용 다루나
지난 8월21일 이후 중단된 정규직화 노사대화가 34일 만인 24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다시 열렸다. 내부일정을 조율한 노사는 이날 오후 1시간30분가량 만났다. 올해 임협과정에서 끊긴 대화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노사는 이어 오는 27일 본교섭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사내하청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협의를 재개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1일 현대차 노조에 발송했다.
현대차 노조가 이를 수용해 열린 실무협의에는 현대차 노사협력실장, 협력지원실장, 노사기획팀장, 현대차 노조의 사무국장, 기획실장, 정책실장 등 핵심 실무자가 참석했다.
이날 노사 협의에서는 △사내하청 근로자 3천명 신규채용 △하청 근로자의 처우개선 △직영근로자로 채용 시 차별금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관한 문제 △노동위원회 계류 중인 해고자 관련 사항 등 제반 문제를 논의했다.
회사는 공문을 통해 "특별협의 재개 시 원론적 주장보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함께 사회적 이슈로 대두한 사내하청 운영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인 접근과 상호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논의는 추석과 정규직 노조의 대의원 선거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어렵게 성사된 정규직화 노사대화
정규직화 노사대화를 두고 현대차 회사 측은 '사내하청 특별협의'라고 일컫는다. 이에 비해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 노조)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이라고 표현해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협의의 경우 결렬되면 파업을 할 수 없지만 교섭은 결렬되면 파업을 할 수 있다는 차이를 염두에 둔 각각의 주장인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1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21일까지 모두 8차례의 정규직화 노사대화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 노사대화는 제대로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구도로 흘러갔다.
비정규직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내하청 근로자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반면 현대차는 단계적 정규직화 입장을 밝혔다.
비정규직지회는 이 과정에서 불법 파업을 하고 집회시위를 주도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17일 올 임협의 정규직 노조 교섭대표단을 한때 저지했으며, 같은 달 20일에는 긴 대나무 깃대를 이용해 현대차 울산 1공장을 점거하려고 했다. 이틀 뒤인 22일에는 현대차 노조사무실 안팎에서 집회를 벌여 정규직 노조를 압박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정규직 노사의 임협에서는 정규직화안을 다루지 말고 정규직화 노사대화를 따로 개최하자고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는 비정규직의 입장을 받아들여 임협과 정규직화 협상을 분리하기 위한 절차로 교섭 중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협상 중에 노조안건을 조정하기 위해 대의원대회가 열린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결국 지난 3일 현대차의 임협은 최종 타결됐다. 그러나 정규직화 노사대화는 일정이 표류하다가 이번에 다시 열리게 됐다.
◇ 합의점 이끌어낼 수 있을까
현대차는 지난 8월16일 정규직화 노사대화에서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사내하청 문제의 원만한 해결, 노사관계의 안정 도모, 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 차원에서 해당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사내하청 근로자 3천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현대차가 이 방안을 냈을 때 사내하청 근로자를 둔 주요 기업들이 나름 부담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의 해결 방식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3천명 정규직화안 외에 추가적인 채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정규직화 노사대화를 잘 끌어가면 노조가 유리한 방향에서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 내 사내하청 근로자 전체가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며 회사의 일부 정규직 채용 제시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입장이 탄력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노사대화를 재개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물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 시작된 정규직화 노사대화는 서로 원해서 마련되는 자리다.
노사 모두 긍정적인 자세로 합리적이고 꾸준한 대화를 진행한다면 사내하청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24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국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대차 노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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