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이 안돼요, 납득이…. 마트에서 마늘 한 봉지를 사면서도 원산지를 확인하는 세상에 1억원이 넘는 수입차를 타면서 원산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게. 어떡하지~?
그래서 준비했다.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오리지널 저먼(Original German).’
폭스바겐의 슬로건이다. ‘독일의 기술력으로 독일에서 만든 차’, 이런 자부심이 배어 있는 문구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차들 중에는 ‘독일의 국민차’를 상징하는 폭스바겐의 엠블럼을 달고 있지만, 독일 밖에서 생산된 차들도 적지 않다.
지난 6일 독일에서 공개된 신형 7세대 ‘골프’는 독일산이 맞다. 앙증맞은 디자인과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도 독일산이다. 그러나 스포츠 해치백 ‘시로코’는 포르투갈에서 생산되고 대형 SUV ‘투아렉’은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으며, 골프의 세단형 모델인 ‘제타’는 멕시코에서 건너왔다. 지난달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잡겠다며 국내에 선보인 중형 세단 ‘신형 파사트’는 미국 체터누가 공장 출신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모델은 총 8종. 그 중 절반은 독일산, 나머지 절반은 해외 동포인 셈이다.
‘폭스바겐은 대중 브랜드니까 그렇다고 치고, 럭셔리카들은 모두 독일에서 생산됐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역시 ‘아니올시다’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3총사’들도 독일 외 생산 모델이 버젓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물론 ‘버젓이’는 농담이다.
BMW와 벤츠는 SUV를 미국에서 생산한다. 미국이 ‘SUV의 왕국’이기 때문이다. BMW의 SUV인 ‘X1’ ‘X3’ ‘X5’ 등 X시리즈는 몽땅 미국 스파튼버그 공장 출신이다. 벤츠는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 씨의 애마였던 ‘베티’, ML 모델을 미국에서 만들고 있다. 장씨는 드라마가 끝나자 벤츠가 아닌 렉서스 ES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아우디도 SUV를 독일 외 국가에서 만들고 있다. 대형 SUV ‘Q7’은 폭스바겐 ‘투아렉’과 같이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아차의 디자인 수장으로 영입된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대표작인 아우디 로드스터 ‘TT’는 헝가리산이다.
일본 브랜드는 어떨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일본차의 주력 모델은 일제히 “일본산이 아니므니다. 미국산이므니다”며 국적 변경을 고백하고 있다. 도요타의 중형 세단 ‘뉴 캠리’와 ‘뉴 캠리 하이브리드’는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된다. ‘고급 미니 밴’을 표방하는 ‘시에나’는 미국 인디애나 공장 출신이다. 닛산 역시 중형 세단 ‘뉴 알티마 플러스’와 프리미엄 브랜드 ‘올 뉴 인피니티 JX’가 미국 테네시주 스머나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혼다는 현재까지 국내 판매모델이 모두 일본산이다. 하지만 연말께 출시될 예정인 ‘신형 어코드’는 미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미국 브랜드는 모두 미국산일 것 같지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크라이슬러의 대형 세단 ‘300C’는 캐나다에서 만들어진다. 이 차는 미국을 대표하는 세단 중 하나이지만 한·미 FTA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먹는 것이든, 타는 것이든 솔직히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건 중국산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중국산 차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자동차 공장의 증설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의 차 수요가 급감하면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은 다 어디로 갈까? 한국은 중국에서 가깝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경제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