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정유사의 석유 제품을 같은 탱크에 넣어 섞어 파는 제도로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에 정유사와 주유소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정유사들은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호응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반면 주유소들은 정유업계의 독과점 유통구조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1일 "정부와 기본적으로 협의했던 사항"이라며 "가격 인하를 위해 시작한 것인 만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측도 "가격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정부의 정책에 협조할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혼합석유 판매제가 정부와 정유 4사 간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지만 주유소에 유리한 정책이라거나 정유사 별로도 '온도차'가 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중에는 특정 정유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충성고객'이 많은데 혼합석유를 팔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혼합석유판매제는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유사에는 손해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업계는 반색했다.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정유사들은 전량구매라는 계약조항을 내세워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릴 때 정작 주유소들은 무한 경쟁에 따른 마진축소, 높은 카드수수료로 빈사상태에 허덕였다"며 ""정유업계의 독과점 유통구조를 개혁하고 유가 인하에 이바지하는 혼합판매 허용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혼합판매를 하는 주유소에 정유 4사뿐 아니라 수입사들도 신규 공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경쟁영역이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주유소협회의 한 관계자도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한 주유소의 경우 수직계열화의 고착화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혼합석유 판매제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싼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긍정 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혼합 판매 주유소가 각 정유사 제품을 얼마나 파는지를 공개하는 것과 무채권 주유소의 계약이 만료됐을 때만 판매할 수 있게 했다는 점 등을 볼 때 정유사들의 입장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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