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업계의 거물인 박동훈 폴크스바겐 코리아 사장(자료사진)
국내 수입차 업계의 거물인 박동훈 폴크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최근 독일 본사 차원에서 단행한 인사로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독일계 임원이 같은 직급으로 승진하면서 박 사장을 중심으로 하던 회사 내부 구도가 '분권'으로 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는 최근 폴크스바겐 코리아 마케팅·프리세일즈 총괄임원인 슈테판 크랍 이사의 승진을 포함한 인사를 단행했다.
2009년 폴크스바겐 코리아에 합류한 크랍 이사는 독일 본사 기준으로 박 사장과 같은 직급(중간관리급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국내 대기업으로 치면 '상무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직함을 보면 박 사장이 상위로 보이지만 독일 본사 기준으로 같은 직급인 만큼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앞으로 그와 크랍 이사가 권한을 양분하는 구도로 운영될 것으로 수입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서 폴크스바겐 본사는 한국 영업 총괄임원으로 한국닛산 엄진환 이사를 영입한 바 있다.
박 사장은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과 더불어 국내 수입차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외조카인 박 사장은 한진건설을 거쳐 2001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으로 수입차 업계에 뛰어든 뒤 2005년부터 8년간 폴크스바겐 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양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는 공식법인 아우디 폴크스바겐 코리아의 대표이사는 안드레 콘스브룩이 맡고 있고 박 사장은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폴크스바겐 브랜드를 대표하고 있다.
또 2008년부터 작년까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7-8대 회장을 맡아 국내 수입차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독일 본사가 담당자들을 한국에 파견해 집중적으로 특별 감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감사팀은 수개월에 걸쳐 중고차 판매 및 영업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 배경을 놓고 여러 말들이 많다"면서 "폴크스바겐 브랜드가 한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독일 본사가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이 무게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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