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클릭’ 50대를 한정 생산, 정부에 납품했다. 이 중 환경부가 운영중인 차량을 직접 시승해 봤다.
운전석에 앉자, 먼저 계기반이 눈길을 끈다. 속도계 옆에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의 양을 표시하는 타원형의 다이어그램이 배치돼 있다.
시동을 걸자 잠시 전기모터가 도는 듯 하다가 곧바로 휘발유 엔진이 가동됐다. 전기모터가 가동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 시승해 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가 출발할 때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났다. 동승한 환경부 교통환경기획과 박웅 사무관은 “하이브리드 클릭은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의 용량이 프리우스에 비해 적어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주행성능은 일반 휘발유 차량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이는 하이브리드 클릭이 주행할 때 휘발유 엔진으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파른 언덕길을 달릴 때에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이는 오르막 길에서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작동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주행 중에 일반 휘발유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소음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소음이 적은 편이었다.
하이브리드 클릭은 속도를 줄일 때 전기 배터리가 충전됐다. 브레이크를 밟자 가솔린 엔진이 완전히 멈춰 차 안이 조용해졌다. 일반 휘발유 승용차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도 엔진이 계속
가동되는 것과는 차이가 났다. “혹시 엔진이 꺼진 것은 아닌가” 했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다시 엔진이 가동됐다. 일반 휘발유 차와는 다른 하이브리드카 만의 특성이 나타나는 대목이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클릭의 연비가 18㎞/ℓ로 휘발유만 사용하는 클릭(12.1㎞/ℓ)보다 약 50%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 차를 자주 타는 박 사무관은 “일반 휘발유 차보다 연비가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차의 주장만큼 큰 폭의 연비개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최근 수도권 대기환경청이 하이브리드 클릭의 운전 경험자 4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출발 직후 가속할 때 충격이 발생하고, 도어잠금 불량, 트렁크 공간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대가 정부에 납품한 하이브리드 클릭은 생산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106억원을 투자해 50대를 만들었다고 하니, 대당 생산비가 2억원이 넘게 든 셈이다. 환경부는 향후 대당 28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이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하이브리드 베르나’를 개발,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하이브리드카와 연료전지차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정부가 과감히 투자해야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